지존이신 님에게~
김미숙
2010.03.27
조회 57


디제이님, 이해할 수 없어 생활의 지존이신 영재오빠께 여쭤 봅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난히 올 봄에는 냉이를 많이 먹은 듯합니다. 하지만 음식이 땡기지 않아 뭔가 새로운 꺼리를 찾고 있던차에 단호박이라면 입맛이 돌아오겠다 싶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단호박을 사다가 가족들 모두 자고 있는 늦은 밤에 주방으로 향합니다.

사실, 저희 오마니께서 해주시는 단호박찜은 속살을 모두 제거하고 호박을 잘라 찜통에 쪄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허나, 친구의 말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자기는 호박 윗부분만 도려내고 씨며 속살을 그대로 두고 그 안에 대추를 넣어서 그냥 찐답니다.

하긴 참외도 겉 보다는 속이 더 맛있으니까 이해할 수 있었고 나름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시키는대로 완성했습니다. 숟가락으로 야곰야곰 호박안의 물을 떠 먹다가 바깥쪽을 먹다보니 어느새 반통을 다 먹었습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간에 말이지요. 워낙 호박죽을 좋아하는 터라 늦은 밤이었어도 호박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새벽 한 시 쯤에 잠이 들었고 배가 슬슬 아파와 눈을 뜬 시간은 여섯 시 였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소리, 위로 아래로 전쟁이 났습니다. '이보다 더 아플 수 없다' 라는 말이 맞을 듯했습니다. 한바탕 시름 끝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좀 늦었긴 하지만 결근을 할 수 없어 정신력으로 버티며 일터로 향했습니다.

세 시간 쯤 지난 후 저는 창백한 얼굴에 초죽음이 되어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으슬으슬 한기를 느끼는 몸, 머리는 지끈후끈, 온 몸을 누구에게 맞은 듯한 알 수 없는 아픔으로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 등을 대고 다음날 오전을 버텼습니다.

내생애 최고의 아픔, 더구나 음식을 먹은 후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에 미련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라는 선조들의 말씀이 스쳐간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호박안에 있던 것을 먹어서 배가 아팠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고 호박 내부까지 먹었다는 얘기는 듣도보도 못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런저런 이유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재수를 했고 방학이 되면 친할머니 댁에 가서 감자를 캤는지 고구마를 캤는지 손톱에는 때가 끼어 있었으며, 토익 시험을 다시 본다면 만점을 맞을거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고 사는 호박찜을 알려준 친구는, 만약 배탈이 호박을 잘못해서 발생한 것이라면저에게 많이 미안해 할 것입니다.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으로 진행할 거라는 예고에 입꼬리 올려 보겠습니다.
날씨 화창한 일요일이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물러 갑니다.
건강이란 건강할 때 지켜라 그 말이 맴돈 주중 이었습니다.


신청곡 :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으로-소리새(가사가 좋아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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