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여름에 대천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갔습니다.
동서 형님의 직장에서 공짜로 재워 주는
하계휴양지 숙소가 있대서 편승하여 간 것이었지요.
모처럼 맞는 망중한이었는지라 잔뜩 고무된 저는
먹을거리 등을 준비하여 대천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리곤 오후에 대천 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지고 간 고팠던 술부터 마시기 시작했지요.
“바다까지 왔는데 방안에서만 있을 거야?”
형님의 이유 있는 말씀에 우린 숙소를 나와 바닷가를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이 까맣게 내려앉은 서해바다였지만 철썩이는
파도소리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행복했지요.
“야, 참 잘 왔다!”
한 시간 여 백사장을 거닐었더니 술이 좀 깨는 느낌이었습니다.
“넉넉한 2박 3일 일정인데 어디 가서 술 좀 더 마시죠!”
노래하는 주점으로 이동한 우리는 자정이 넘도록
본디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한국인 근성’을 여지없이 표출했습니다.
비척이면서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온 숙소.
하지만 사단은 이튿날 벌어졌습니다.
파도소리에 새벽잠이 깬 저는 다들 잠이
들어있는 숙소를 도둑고양이처럼 빠져 나왔지요.
거친 파도를 보면서 술 한 잔 더 마셔야겠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지고 캔 맥주 다섯 개는 야금야금 잘도 넘어가더군요.
하나 밝은 햇살처럼 마구 쏟아지는 잠은 어쩔 수 없는 속수무책이었지요.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에 그처럼 백사장에서
아무렇게나 고꾸라져 잠이 든 저를 아내가
동분서주하여 발견한 건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어서 일어나! 아이구~ 이 살 탄 것 좀 봐.”
여름철 바닷가에선 굳이 일광욕을
아니 하여도 피부가 빨갛게 익기 마련임은 상식입니다.
제 살갗은 그도 부족하여 아예 새까맣게 탈 지경이었지요.
“끄윽~ 그러고 보니 따끔거리네...”
그 날도 아내의 부축을 받아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부족한 잠에 함몰되고 말았습니다.
2박 3일의 피서는 하지만 제가 이틀간이나 연속으로
술에만 몰입하는 바람에 아내로서는 김 빠진 맥주에 다름 아니었지요.
3일 째 되는 날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아내의 심사는 꽈배기처럼 뒤틀렸습니다.
“내 다시는 당신하고 어딜 안 다닌다!”
<해변의 여인>이란 노래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황혼 빛에 물들은’
멋진 여인의 눈동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날 아내는 그러한 낭만은커녕 술주정뱅이
남편을 잘못 둔 죄로 말미암아 술 취한
남편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개고생만 하고 말았지요.
“미안해! 여보, 올 여름에 다시 대천에 가면 술은 한 모금도 안 마실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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