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막내 동생이 늦은 나이에 장가를 갔습니다. 동생 친구들은 벌써 학부형이 되어있는데 불혹이 넘은 나이에 장가를 갔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지요.
늦게 가는 장가임에도 뭐하나 마련해 둔게 없어 제수씨한테 많이 구박 아닌 구박을 받았는지 동생의 얼굴은 설레임이 가득한 새신랑의 얼굴이 아니라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으니까요.
제수씨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급하게 잡은 결혼식이라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모아둔 돈도 없었기에 겨우 외곽 지역에 전세방 하나를 얻었을 뿐이었지요.
큰 형으로써 막내동생이 장가가는데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저 역시 형편이 별로 좋지 않아 동생의 결혼식에 많은 도움을 못주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결혼식을 앞두고 동생한테 "형이 못나서 네 결혼식에 도움 못줘서 미안하다." 하고 말했더니 동생은 오히려 "괜찮아 형~필요한것도 없는데 뭐.."하며 저를 위로 하더군요.
형만한 아우 없다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봅니다.
그래도 아무리 제 형편이 어렵다 해도 동생이 장가가는데 부조는 해야잖아요.
아무리 식대를 부조 들어온걸로 충당한다해도 신혼여행 가서 쓸 비자금인 절값도 줘야겠는데 참나 부조금 마련하기도 쉽지가 않더라구여.
돈이 없을땐 수중에 돈만원도 없었으니까요.
다른집 부조하듯 돈십만원 할수도 없고..... 속으로 끙끙대며 앓고 있는데 어느날
아내가 "도련님 결혼하는데 부조금 준비해야지?" 하며 묻더라구요.
"부조금? 해야지...."
" 우리 얼마 하면 될까?"
"글쎄.... 그래도 한 백만원은 줘야 하지 않을까? 마음같아선 더 주고 싶지만 돈이 없잖아." 했더니, 아내도 "그래.....에휴! 나이들어 장가가는데 뭐하나 해주는게 없네.. 우리가 좀 잘살아서 많이 줬으면 좋을텐데......" 하더군요.
막내인데다가 아버지가 안계셔서 큰형인 제가 동생의 결혼을 잘 치러주고 싶었는데
세상살이가 왜 그리 내맘같지가 않은지요.
하기 좋은말로 저도 사업하는 사람인데 까짓 돈백만원 구할려면 못구하겠냐?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허참!! 그 백만원조차 따로 떼어놓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수금이 좀 됐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돈 달라는 독촉 전화에 조금씩 지급하다보니 또 빈 통장이 돼버리고 . 또 '다음번거 수금해서 주자!' 생각하고 있으면 수금이 안되고...
거래처에선 다들 월말에 결재 해준다하며 원래 결재 해주기로 한 날을 차일피일 미루더라구요.
"알았으니 월말엔 꼭 결재해주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답니다.
구차하게 동생 결혼하는데 부조금 내려하니 일부만이라도 달라고 하긴 자존심이 상해 싫더라구요.
동생의 결혼식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돈은 없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아내한테 "어디 백만원만 빌릴데 없을까? 이달말에 수금하면 바로 줄수 있는데..." 했더니
아내가 "요즘 다들 돈 잘 안빌려주던데... 뭐.. 다 돈 없다 그러고... 한번 알아는 볼께." 하더군요.
참... 비참한 생각이 들더군요. 동생이 결혼하는데 부조금을 다른데서 빌려야 한다는 생각에
화까지 나더라구요.
동생의 결혼식을 3일 앞두고 아내는 제게 "이걸로 부조하는데 보태." 하면서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아내가 내민 봉투를 여니 10만원짜리 수표가 5장 들어있더라구요.
제가 "어디서 났어? 빌렸어?" 하고 물으니, 아내는 머뭇거리더니"으응... 그냥 반지 팔았어. 나 반지 같은거 잘 안끼잖아. 에구~ 반지도 손이 이뻐야 끼지. 나는 손이커서 작은 반지보다 큰 반지가 어울려. 서랍속에 처박아 두는니 파는게 낫지. 안그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금값이 비싸대. 아주 잘팔았어. 나중에 금값 내려갔을때 팔면 손해잖아..
호호. 그리고 지금은 이런반지 하는 사람없대" 하며 웃는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시집올때 해준 패물반지를 판것이었어요.
제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나중에 큰 반지 해달라는 아내가 너무 고맙고, 미
안했습니다.
순금 반지와 목걸이는 imf때 벌써 팔아 썼구요. 이제 달랑 하나 남은 반지마저 판것입니다.
10년전 사업한답시고 전세 보증금 대출 받을때도 흔쾌히 그러라고 했던 아내....
아이들 돌반지 팔아서 제 사업자금에 다 쏟아부을때도 '나중에 돈벌면 애들한테 더 좋은것 사주면 되지' 했던 아내입니다.
이젠 시동생의 결혼식 부조금 마련하느라 아내의 마지막 남은 반지마저 팔았습니다.
아내의 허전한 손을 언제쯤 채워줄수 있을까요? 세상에 보석 싫어하는 여자가 어딨습니까?
아내도 다른 여자들 같이 반지끼고 목걸이 하고 다니고 싶을텐데 말입니다.
이다음에 꼭 다시 이전보다 더 예쁘고 비싼 반지, 목걸이 해줄겁니다.
인생사 새옹지마이고, 음지가 양지된다지요? 지난 십수년 고생했으니, 이젠 펴질날도 머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를 위해 모든걸 다 버리는 아내가 있는 저는 진짜 진짜 부자입니다.
이제껏 저를 믿고 따라와준 아내한테 이제는 보답을 해야하는데 그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지나나 화이트데이(3/14)가 결혼 기념일이었는데 그날도 그냥 지나갔습니다.
늦었지만 아내하고 맛있는 식사 하고 싶어 신청합니다.
오션파티 식사권 주시면 아내와 맛있는 외식 하겠습니다.
아내는 모든걸 줬지만, 전 아무것도 못 챙겨줬네요.
지철구
20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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