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나들이~
김혜진
2010.06.30
조회 38
저희 가족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꼭 나들이차 들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창평면에 있는 아주 오래된 고택입니다. 처음 그 고택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은 시공을 초월해서 갑자기 공간이동이 된 듯한 묘한 느낌으로 인해 살짝 설레이기까지 했었지요.

얼마나 그 첫느낌이 좋았던지 아직도 그 기분에 이끌려 자주 찾곤 한답니다. 한지가 정성스레 발라진 문지방이며, 높은 천장에 든든히 들어찬 굵직굵직한 통나무들, 창고 겸 곡간...
금방이라도 구수한 밥이 따끈따끈하게 지어질 것 같은 무쇠 가마솥, 아궁이, 장작더미들...

예전엔 우리 선조들이 저렇게들 살았겠다 싶으니 그 당시의 일상들이 한토막 한토막 상상이 되면서 제 머릿속을 마구마구 헤집고 다니더군요.
고택안채 마루만 올려다 봐도 풍채 좋으신 양반 어르신이 나와 하인들을 위엄있게 호령하시는 모습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상상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고택 여주인장의 입담은 늘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지요.
안주인들이 기거했던 안채의 문빗장 구조를 볼 때, 그 옛날이라도 여자들 나름의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 잘 사는 집의 흙벽엔 지푸라기 대신 소털을 깎아 넣어서 지금도 그게 육안으로 보인다는 말씀 등은 늘 제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직접 만들어 말리신 온갖 꽃차를 음미해 볼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귀한 특권이 아닐 수 없지요.

꽃빛깔만큼 고운 향기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 온 몸에 퍼지는 느낌이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박하꽃에선 박하향이, 매화꽃에선 매실의 시큼한 향이, 국화꽃에선 그윽한 국화내음이 배어나와 마시는 내내 무슨 신선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어디선가 실려오는 가야금과 단소소리를 들으며, 저자거리와 동네 어귀 돌담길을 거닐 땐 모터 달린 것 같던 제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는 걸 느끼곤 합니다. 늘 ‘서둘러, 급히, 빨리’ 등등의 느낌이 역력했던 발걸음에 약간 정처없는 한적한 느낌이 들어찰 때의 기분은 내면이 봄볕아래서 쭈욱~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곳에 오면 무엇보다 제 내면 깊숙이 들어찬 소리에 귀 기울여 보게 됩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기에 더욱 이 곳이 좋은가 봅니다.

해질녘이 되면, 주인장의 밥짓는 냄새며 도마소리의 경쾌한 울림이 더해져 더욱 예전 시골 아낙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지요.

바라만 보아도 꿈꾸듯 대화가 들리고, 바람소리가 느껴지고, 온기가 느껴지는 이 곳에서 오랜 시간 주인장의 귀한 시간을 뺏은 것도 미안할 따름인데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제게 쓰윽 귀한 선물을 내미시지 뭡니까?

그건 생각지도 못했던 유기농 고추장...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드셨다며 정겹게 건네시는 여주인께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심신의 보약을 한첩 크게 받아 마시고서 전 기충전을 받아 또 그곳을 나서지요.
다음에 올 땐 꼭 작게라도 보답의 선물을 해오리라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또 얼른 가고 싶어지네요^^

신청곡 =>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

(*혹시라도 당첨된다면 받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화내실려나^^
광명시에 있는 이쿡의 식사상품권 받고 싶어요. 가능하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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