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는 10년 넘게 치매를 앓고 계셨습니다.
올해로 서른다섯이나 되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는 저는
그 동안 여행이다, 어학연수다, 워킹 홀리데이다
밖으로 많이 떠돌아 다녔던 것 같아요.
제 또래 친구들은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거나
아니면 직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거나
둘중 하나는 이뤄 놓은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저 하나 건사할 능력이 안되니
이제는 슬슬 주변 사람들 볼 면목이 서질 않아요.
그 중에서 가장 죄송스러웠던 건 엄마예요.
특별히 매일 출근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치매 할머니 돌보는 엄마를
제대로 도와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치매 노인을 모셔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루에 옷을 10벌 이상 갈아 입으시고 대소변 못 가리시는 건 기본,
조금만 마음에 안 드셔도 무조건 때리시고
게다가 기운은 얼마나 세신지 맞으면 정말 너무 아파요.
목욕 시켜 드리는 것만도 너무너무 힘들어서 저는 엄두도 안 나요.
정말 오랜만에 엄마가 외출이라도 나가시면
저는 겨우 밥 정도만 챙겨 드리는 일
말고는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렇게 가족들이 점점 지쳐 가면서
사실은 할머니를 미워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2주 전...
갑자기 할머님이 너무 기력도 없으시고 아무것도 못 드시더라고요.
친척 중에 간호사분이 계셔서 불렀더니
복식 호흡하시는 걸로 봐서 얼마 못 사실 거라고.
그 얘기 듣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치매 걸리시기 전엔 제겐
세상 어떤 할머니보다 다정하고 좋은 분이셨거든요.
단 한 번도 할머니께 따뜻하게 대해 드리지 못했던 게
너무나 마음 아파서
그날부터 안절부절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나서 닷새 후.
할머님의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엄마랑 가족들이 힘들어 하실 때는 사실 나쁜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막상 할머님이 떠나신 빈 자리는 너무 컸습니다.
그렇게 고생 많이 하셨던
엄마마저도 장례식 때 너무 많이 슬퍼하셨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슬픔을 추스리고
저도 하늘나라에서 지켜 보고 계신 할머님께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 보려고요.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던 엄마와
오랜만에 나들이겸 해와 달에서 식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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