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양경숙
2010.07.18
조회 31
우리 어머니께 치매가 왔습니다.
올해 연세가 84세. 큰며느리인 저와 같이 산지 만 26년이 됩니다.

작으마한키에 꼬랑꼬랑하시고 다른 할머니들에 비해 유난히 총기가 밝으셨던 어머니가 이렇게 치매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지요.
작년 11월 말부터 조금 이상하다싶어 종합병원 신경외과를 찾았더니 치매초기라 하데요.

그때부터 한달에 한번씩 의사선생님과 상담하고 약도 먹고 좋아지는 것 같더니만 2개월 전부터는 조금씩 증상이 심해져 노인정도 안가시고 만사 귀찮다고 하루종일 누워 잠만자려 하십니다.

그런 어머니 옆에서 손이며, 발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말동무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찡하면서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제나이 올해로 50살, 큰며느리인 저는 시동생들, 시조카와 함께 살았지요. 지금은 다 결혼해서 분가 했지만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 하네요. 22살이라는 어린나이에 큰아들인 남편에게 시집을 와 홀어머니와 많은 가족들을 보살피며 사는것은 힘든일이었습니다. 우직하고 성실한 남편을 믿었기에 힘겨웠던 시집살이도 잘 참고 이겨내어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렇게 정정하시고 무섭기도 했던 어머니가 이렇게 정신 기운이 없어지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세월의 기억으로 오늘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제게는 작은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우리 남편, 예쁘고 믿음직하게 잘 자라준 우리 딸, 이제 곧 취업을 앞둔 우리 멋진 아들, 사랑하는 시어머니와 지금 처럼 행복하게 살면서 우리 어머니가 지금 만큼만이라도 몇년만이라도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함께 해주셨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봅니다.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현철의 <봉선화 연정> 신청합니다.


2010. 7. 18
양경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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