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해마다 찾아오는 명절
길은미
2011.01.18
조회 37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좋으셨습니다 동네에서도 큰 일 있으면 어머니를 불러 음식 만들어주길 청하셨었지요 당연
불난집 며느리마냥 우리 어머니는 늘 바쁘셨으며 우리는 어머니 불려가심을 좋아했으니 그 이유인 즉슨 ^^ 바로....어머니 손에 들려오는 여러가지 잔치 음식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음식 솜씨는 좋으셨어도 농사짓기에 바쁘신 어머니가, 우리를 위하여 솜씨를 발휘하여 맛난음식 만들어주시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청빙 후 양손에 몽땅 손들려진 음식을 학수고대하면서 그 음식을 즐겨먹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취를 하면서 집을 떠나있게 됐는데 다른 건 다 참을 만했어요

연탄불 꺼지지 않도록 신경쓰는 일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자취생활 하는 어린 막내 챙기기.
뭐 그런건 사실 집에서도 해왔던 일인까요 그런데
어머니표 김부각을 계속 먹을 수가 없었던 일 그것이 참으로 지루하고 건조하기만 했습니다.



명절에 집을 찾아가면 어머니는 아껴 보관하셨던 부각을 꺼내 튀겨주셨으니 그날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부각.


김의 뒷면에다가 찹쌀풀을 발라 낮은 온도의 기름에 튀겨낸 후 채반에담아 갖다주시면 후딱 집어 입안에 넣어 바삭거리는 소리를 음미하며 먹습니다.




그러면 입안 가득 흘러넘치는 그 부각 특유의 고소한 맛이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던 진귀한 맛였고 그걸 하나씩 하나씩 씹어먹다보면 어느샌가 잇 속으로 끼여들어와버리는 김부각의 잔해들 ㅋㅋㅋ

어머니는 그렇듯 부족했던 영양분을 맛좋은 김 부각으로 채워주셨고

전 명절 내내 그것 하나만 먹어대면서 어머니의 손맛을 최대한 즐겼답니다

자취방으로 올라가는 길이면 당연 김부각을 싸주셨고
그것이 마치 양식이라도 되는양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버스 옆좌석에 놓여진 보자기를 몇번씩 확인하면서 든든해 하곤 했지요

해마다 명절이면 떠오르는 어머니표 김부각

한 번은 그걸 남편에게 해줬더니

이...촌 닭 남편이 이게 뭐야? 김...뭐라고 ? 부적? 아니지 김 부곽?!! 하며 좋아하는데


우리 집에는 넘치도록 있었던 김부각을 두고 부적이네~~ 부곽이네 하면서 단어조차 제대로 파악못한채 퍼 먹기만 하는 남편을 두고

생활 수준의 차이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ㅋㅋㅋㅋ


그래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줄 안다더라

어디 김부각을 모르면서 인생을 논한다 할꼬

하며 혀를 끌끌 차댄답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배우고자 부지런히 가을이면 김에 찹쌀풀 발라 부각을 만들어놓고

느른해지는 겨울철 밤. 야식 궁금해지면 그걸 꺼내 튀겨본다 하지만도
역시

난 안되네요

이번 명절에 또 소복히 싸주실 김부각을 기대하면서 어머니께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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