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벤트)도련님의 굴욕...
김혜진
2011.01.23
조회 26
몇년 전, 설날 아침...

일가 어르신들이 세배를 받으신 후, 새배돈을 열심히 건네셨는데 유독 걸출한 나이에도 아직도 백수인 큰집 시도련님께는 아무래도 용돈차원에서 새배돈을 더 넉넉히 건네셨습니다. 그걸 본 제 딸아이 왈,

“엄마, 저 삼촌은 어른인데 왜 새배돈을 저렇게나 많이 받어? 그리고 다른 어른들은 다 우리에게 새배돈 주는데 왜 저 삼촌만 계속 안주는 거야? 돈이 없어서 그런거야? 엉?”

그렇지 않아도 좌불안석이었을텐데 딸의 한마디에 처참해진 도련님은 그 상황을 어떻게든 탈피해보고 싶었던지 온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방에서 급히 나오시더니 큰소리로 이러시더군요.

“어? 뭐라고? 그래, 그래! 나 지금 얼른 가볼게!”
이러면서 급히 나갈 사람처럼 허둥대며 엄청 서두르시는 겁니다.

급한 일이 생겼나보다 하며 잘 다녀오라고 말한 후, 1시간 쯤,
작은 아버님이 들어오시면서 그러시대요.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는데 영식이가 차안에서 자고 있대. 한참 곯아 떨어져 있길래 그냥 왔는데 왜, 애들 땜에 시끄러워서 나가 자는 거야?”

그 상황을 부모님께 전해 들었는지 어쨌는지 그 일 후로는 아예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울 도련님, 예전의 굴욕을 재미있게 회상하며 크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울 도련님께 얼른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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