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엄마
정진용
2011.05.17
조회 79
계단에서
- 엄마 생각

눈부시다.
또각또각 계단 올라가는
아가씨의 아킬레스건.

고개고개 아홉 고개 훌훌 넘어
시오리 저자 다니던 우리 엄마, 보리 베다가
까치독사 보고 주춤주춤 물러설 때
보릿단 발치에 누웠던 눈 먼 낫이
아킬레스건 덥석 물었고

우리엄마 편찮은 무릎에
관절염 감겨, 칡넝쿨처럼 칭칭 감겨
날이 갈수록 오르막길 숨 가쁘고
달이 갈수록 내리막길 힘들어도

나는 달 없는 야밤에
떼 성긴 붉은 무덤 파헤치고
야문 다리 잘라 오는 아들도 못 되고

똑 똑 똑
계단 올라가는 하이힐 아가씨 걸음에
우리 엄마, 처녀 때 산골짝 골짝 사슴처럼 다니며
봄나물 뜯었다던 모습 아득할 뿐인데

환장하게 눈부시다.
통 통 가젤영양처럼 계단 오르는
아가씨의 팽팽한 아킬레스건.


엊그제 엄마를 뵙고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 옷을 샀습니다. 인디언 레드 색상의 잠바, 베이지색 바지, 그리고 보랏빛 티를 샀습니다. 엄마가 퇴원할 때 아픈 다리에 대한 기억은 병원에 벗어놓고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엄마는 입원 중입니다. 3월 29일에 입원하였습니다. 척추 연골 치료를 위해 척수주사를 맞았습니다. 4월 13일엔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였습니다. 4월 27일엔 왼쪽 무릎을 수술하였습니다. 다 닳은 연골 자리에 합금재료를 넣은 것입니다.

엄마가 다리를 다친 건 아주 오래 전입니다. 1972년 봄이었으니까요. 그 때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지요. 따져보니 38년 되었습니다. 그 동안 형편 때문에 수술을 못해 드렸지요. 참 나쁜 가족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엄마와 아버지를 설득해 수술을 했지요. 경과는 좋다고 합니다. 지금은 재활치료 중입니다. 5월 25일에서 27일쯤에 퇴원하실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제가 한 거라곤 수요일과 토요일에 내려가서 뵙는 것, 아침과 저녁에 문안 여쭙는 전화뿐입니다. 아내가 만든 찬을 나른 것뿐입니다. 일과 끝나고 군포에서 원주까지 오가는 길이 조금은 피곤하지만 38년 동안 아픈 엄마 다리에 비할 수 있을까요. 마음의 면피겠지요.

가끔가끔 깜빡하시는 우리 엄마, 이번에 퇴원하시면 치매 치료도 받아야 합니다. 그 동안 저 한 몸 사느라, 처자 챙기느라 마음같이 해 드리지 못한 엄마, 혼자 진지 챙겨 드시고 설거지에 청소에 빨래 바쁜 아버지께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노래와 더불어 꽃바구니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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