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조은느낌
2025.08.29
조회 33
안녕하세요, 승화 DJ님.
저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탄 뒤, 다시 지하철을 두 번이나 환승해야 하는,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긴 출근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무심히 몸만 맡기며 반복하는 길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조금 달랐습니다.

마지막 환승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줄 맨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열차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겁니다. 처음엔 단순한 지연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객실 안 불빛마저 꺼져버렸습니다.
창문 너머 보이는 승객들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 속엔 불안과 초조가 묻어나 있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는 저와 안에 갇힌 사람들이 눈을 마주칠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더군요.

한참 동안 이어진 정적 끝에 뒤늦게 나온 안내방송은 버벅거리며 “수리 중이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버스를 선택했지만, 버스 정류장 역시 전쟁터 같았습니다. 몸을 밀어 넣는 사람들, “아프다, 그만 타라”는 목소리, 그리고 아침 일찍 내린 비 때문에 더 습하고 무거워진 공기까지. 정말 지쳐버릴 수밖에 없는 출근길이었죠.

그 순간, 문득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해마다 단 하루를 기다려 은하수를 건너 만나는 두 사람. 그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흘러내린다는 이야기가, 오늘 아침의 눅눅한 공기와 겹쳐졌습니다.
불편했고, 고단했으며 짜증도 났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은 담담했습니다. 매일 똑같아 지루하기만 했던 출근길이 오늘만큼은 특별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도 삶은 여전히 작은 변화를 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힘들었던 출근길을 조금은 신나게 털어내고 싶은 마음으로 노래 한 곡 신청합니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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