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 도시에 내리는 눈 -
이영호
2009.01.16
조회 24
도시에 내리는 눈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잘 설명해 주는 훌륭한 교육재료입니다. 첫 눈. 기다림의 설렘 때문에 첫 눈은 내리는 것만으로 그냥 좋을 뿐입니다. 하지만 첫 눈 이후 내리는 눈은 ‘쓰레기’ 또는 ‘출근길 장애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첫 눈의 효용이 100이라면 두 번째 내리는 눈의 효용은 마이너스 100을 정도 인 것 같습니다. 물론 세 번째 네 번째 내리는 눈도 마이너스 효용을 갖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다 끝내고 사무실 창가에 섰을 때,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눈인데다 그동안 건조했던 공기를 촉촉이 적시어 주어 좋을 법도 하지만, 글쎄요. 여지없이 달갑지 않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아침부터 퇴근길이 걱정이 되어 ‘아 빨리 도로 위에 눈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더라구요. 역시나 제겐 마이너스 효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말이죠. 한 낮, 잠시 졸음이 밀려 올 때 남산을 살짝 덮은 하얀 눈을 보니 마음이 차분하게 되더라구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한참 동안 남산을 덮은 눈에 푹 빠졌을 정도랍니다. 아마 그동안 너무 메마른 일상을 보냈기 때문에 잠깐 보았던 눈 덮인 남산에서 플러스 효용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물론 아주 잠깐이지만.

자. 이제 한 주의 일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남산보다 두배 정도 높은 산자락 아래 있는 저희 집 근처에는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다고 하네요. 이번 한주 계획했던 일을 말끔하게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집 근처에 쌓인 눈을 보고 한주의 피로를 풀고 다음 한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지난 1월 1일 딱딱한 눈에 갖힌 하조대 앞바다의 모래밭이 생각나네요. 그런 의미에서 듣고 싶습니다. 푸른 하늘의 겨울바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