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씨도 아저씨도 10개월 만에 사로잡다
오후 10:00 ~ 12:00 FM 93.9 MHz
'꿈과 음악 사이에' 진행 허윤희
“함께한 두 시간, 오늘도 행복했어요.”
매일 밤 12시 CBS FM(93.9 MHz)의 ‘꿈과 음악 사이에’를 진행하는 허윤희(26)씨는 이 말로 방송을 마친다. 촉촉한 음색, 말끝을 늘이며 차분하게 맺는 말투가 그의 장기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허씨의 목소리에 대한 칭찬이 줄을 잇는다. “사람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목소리를 가지셨어요”(이금순). “푸근한 목소리에 잠이 절로 들 때도 있습니다.”(이찬웅). 경력 3년차, 그것도 지역 방송 DJ와 리포터 경력이 전부였던 그가 진행을 맡은 지 10개월 만에 이 프로그램의 청취율은 10배 이상 뛰었다. 서병석 담당PD는 “젊은 층부터 50대까지 끌어안는 목소리가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문 DJ로 자리 잡았지만 그는 원래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다. 경희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이던 2004년, 남들처럼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10군데 넘는 회사에 시험을 봤다.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다. ‘방송의 꿈을 접어야 하나’고 좌절할 때쯤 경기방송에서 리포터 자리를 얻었다. “아나운서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어요. 무조건 방송을 하고 싶었죠.”
기회는 의외의 순간에 찾아왔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눈여겨본 제작진이 심야 라디오의 DJ를 제안한 것이다. 혼자 음악을 선정하고 대본도 쓰며 방송을 진행했다. 라디오의 매력에 푹 빠진 것도 이때였다. “청취자들이 속내를 털어놓은 사연을 보면서 외롭고 힘든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지난해 9월 CBS의 전문 MC 공채에 합격했고 올해 초부터 밤 10시에 시작하는 ‘꿈과 음악 사이에’ 진행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방송이 “시류에 역행한다”고 표현했다. 음악도 신곡보다 1990년대 가요를 틀고 그 흔한 연예인 게스트나 콩트도 없다. 방송에서 특별한 재주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라디오 앞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밤 시간대 주 청취층인 10대들보다 지금은 성인이 된 ‘라디오 키드’를 위한 방송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신청곡을 틀고 사연을 읽는 ‘정공법’을 고수한다”는 설명이다. 성인을 겨냥한 프로그램인 만큼 청취층도 다양하다. 밤샘 업무를 하는 직장인, 아들을 군대에 보낸 주부,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이 사연을 보낸다. 허씨는 이들의 글 하나하나에 몇 시간씩 고민하고 답을 한다. 성숙한 멘트 탓인지 30대 청취자들이 ‘언니’ ‘누나’라고 부르는 일도 많다.
그의 꿈은 ‘뚝배기 같은 방송’을 만드는 것이다. “한 순간에 ‘빵’ 터트리는 것보다 사람들 곁에 서서히 다가가고 싶어요. 시대가 변해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고 믿습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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