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서른 한살.. 그러니까 3년전이네요.
그때 저는 결혼 한지 4개월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을때였답니다.
어느날..
남편이 제게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고 물었어요.
저는 '연애를 8년이나 했으면서 그걸 몰라?'하며 면박을 줬지만
남편은 꿈이 뭐냐고 묻더라구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긴 한건지..죽도록 하기 싫은 무언가가 있긴 한건지..좋고 싫음을 잃은지 오래이고 그저 누구가가 물으면 뚜렷한 대답없이 배시시 웃는 내가 정녕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알지 못하는 서른살의 바보가 되어 있었답니다
남편은 제게 살면서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것은 한번도 모든것을 받쳐 무언가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더군요.
그러면서 내게 미쳐보라 하더라구요
그렇잖아도 아름다운 그의 아내가 더 아름다워 보일거라며..
그리고 일주일 후...
허겁지겁 채비를 하고 미친듯 인도로 떠났습니다.
제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여 준 그를 생각하면 그냥 현실에 안주하는건 죄일지도 모른다 생각하였어요.
인도는 제게 또다른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인도땅에서의 적잖은 충격으로 처음 며칠은 멍~한 상태였지만.
체념하는 순간 여행은 자유로와졌답니다.
한달 후..
전 행복한 바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 한달이 나를 다른 무언가로 바꿔놓지는 않았지만
가슴 가득 달콤한 향이 솔~솔~ 납니다....
전 여전히 바보입니다...
행복한 바보....
-인도여행 메모-
첫째날 4.18
인도는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닌 버리러 떠나는 여행이라하였다.
에어인디아 무려 3시간 연착. 참 인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납땜질이 너무 눈에 거슬리는 비행기에 오르다
인도를 택하고선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둘째날
차선도 없는 차도에서 버스와 자동차와 오토릭샤와 사이클릭샤 소말개 사람이 한데 어울려 우스꽝스러운 광경
세째날
기차는 밤새 달렸다.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의 출현으로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도 왠지 찜찜하다.
다다다다닥...잘먹어서 토실토실한 쥐가 기차가 소등을 하자 신나서 뛰어 다닌다.. 아 거슬려..
내 가방을 노리는 자들이 보인다. 빨간줄무늬 청년이 새벽4시쯤 어딘가에서 내린것을 확인 한 수에 맘 편히 잘수 있었다.
바라나시에 도착하였다.
죽음과 생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다.
아주 오래된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다.
다섯째날
사랑하는 석원씨
이제 고작 5일째인데 아주 오랜시간을 지낸듯한 자연스러움이 내게도 묻어난다.
잘지내지? 실은 인도의 아름다움에 가끔 당신을 잊고 지내기도 해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여행담은 내가 가지 않은 그곳에 나를 머물게하고 나를 설레게하고 나에게 또다른 희망을 준다.
다음번 여행은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할거야.
5월5일
네팔 도착
창을 열면 안나푸르나가 보인다 네팔까지 오는길 너무 멀고도 험하였지만 하얗게 눈덮인 설산을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난다.
심장이 쿵쿵. 내 열정이 느껴진다.
네팔리즈들은 인디언과 다르게 너무나 동양적이다. 정감있는 네팔리즈들과 신선한 네팔 날시에 한국의 어느 공기 좋은 산사에 온 기분이다.
5월8일
트레킹3일째
춥다. 이 눅눅함.
출발은 좋았다. 이음습한 히말라야 산을 오르기 전까지는
마법의 밀림을 헤치고 지나온것 같다.
산이 음산한 눈으로 나를 주시하는 것같았다. 산과의 기싸움에 지지 않으려고 내내 긴장하였더니 기진맥진.
추운날씨에 찬물로 머리 휘리릭 감고 덜덜 떨며 저녁먹고 렌트 머리에 차고 끄적이는 중.
5월10일
트레킹 5일째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도착
고산증으로 머리 아프고 토하고 ..
ABC(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아름답지만 그 위엄있는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5월11일
트레킹 6일째
사랑하는 남편.
아직도 나의 안나가 눈에 선하다 생각만으로 이런 설레임을 주는건 당신 이후 처음인듯.. 베이스캠프에서의 안나는 멀리서 바라본 아름다움보다는 순간의 두려움. 아찔함..오래토록 두고두고 남아 내 가슴을 들썩거릴듯... 6일간의 추억
빈대에 물리고 거머리에 물리고 고산증덕에 갤갤데고 하지만 마냥 신나하던 나. 추마롱에서 산장지기 라카아저씨의 따뜻한 포옹. 베이스캠프 25살 수줍음 많던 청년 라즈의 뜨거운 물한바가지(여기서는 물도 사서 써야 했거든요) 산골초등학교 오공주와의 만남 밭갈던 아주머니들의 신나는 엉덩이 춤, 산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물소떼들, 푸르른 하늘, 초록빛 물결, 멀리서 반짝이던 안나의 고고한 자태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서 꽃 향기처럼 피
어하는 것이라 하셨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느냐가 아닌 불필요한 것에서부터의 자유가 아닌가 싶어. 여행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그동안 내가 미쳐 생각지 못하고 놓쳐버린 나를 찾으로 했지.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자신감을 얻어가.
5.19
홍콩
밤새 구토 증세로 시달렸다.
인도를 네팔을 보내는 나의 마음도 아프다.
나의 인도여
나의 안나푸르나여
나의 사람과 추억과
모두 안녕.
신청곡.신해철 일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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