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등학교 3학년 다니는 아들의 운동회날이다.
워킹맘인 나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의 교육 참석으로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섭섭해 할까봐 아이아빠에게 아이를 부탁했었다.
아들은 2학년 때에 이어 3학년에서도 반 대표 계주선수라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이 주어지면 뛰고 또 뛰었었다.
또, 3학년 단체무용인 "비행기" 음악에 맞추어 색동우산을 접었다 폈다 할때는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신바람으로 더욱 빛났었다.
나는 아침 일찍 분주하게 입고갈 운동복과 무용복, 마실 물과 준비물을 싸놓았다.
그리고 아이와 아빠가 맛있게 먹을 아침을 준비해 놓으니, 벌써 출근시간이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휴우~"
전철로 갈아타고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있는데,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다.
"Sorry~ Sorry~"
한번 들린 음악은 그치지 않고 계속 들리는 것이었다.
MP3 이어폰이 빠진 줄 모르고 계속 자는 아가씨가 의심스러웠다.
'아닌가?...그럼 앞에 앉아 자는 남자의 핸드폰 소린가...?"
그래도 음악이 그치지 않았다.
'이거 너무 실례가 아닌가? 조용한 아침 출근길에..."
약간의 짜증이 났지만, 참았는데..."아뿔사~" 사당역에서 자리가 나길래 가방을 내리니 내 가방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가?
순간, 나는 마음이 겸연쩍어졌다. 서둘러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핸드폰을 켜는데...어제 공연 관람 후 아이의 핸드폰을 내 가방에 넣어 두었던게 문득 생각났다.
아침 출근길이 바빠 가방을 미처 확인 못했던 터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는 성난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아빠...죄송해요...제가 모르고 윤석이 핸드폰을 가져왔네요..."
하고 미안함을 전하는데...
"사위도 전화를 안받고 모두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 전화해서 준비물 확인해 주려고 했더니..."
평소 나를 대신해서 출퇴근하셔서 아이를 챙겨주셨던 친정아버지는 몸이 잔뜩 닳아 계셨다.
전화를 끊는 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좀 과한신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아이아빠 핸드폰은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고, 집으로 계속 걸어도 받지 않는 거였다.
어제 회식하고 늦은 귀가를 했던 남편이 거실에서 자길래, 곤한 잠을 깨울수가 없어 이불만 덮어주고 나왔는데, '혹 아직 안 일어난 거 아냐?' 전화벨이 계속 울릴수록 나의 마음은 심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핸드폰 알람이 안울렸다면 가능성도 있었다.
'엄마가 나올 때쯤 깨어서... 종달새처럼 재잘대던 아이도 다시 잠이 들었나?'
신호만 가는 집전화는 "늦잠=비상사태"라는 공식으로 가슴을 짓눌렀다.
이렇게 10여분간 전화를 걸다가 급기야 머리가 뜨끈해졌고, 나는 묘책을 마련했다.
"관리사무실이죠? 606동 1404호에 급한 연락 좀 취해 주시겠어요?
오늘 아이 운동회날이라...급한 연락이 있는데, 전화를 안받아요..."
"경비실로 연락해 볼게요"
이어서 사무실에서 경비실로 부탁하는 소리가 나지막히 들렸다.
"집으로 연락해서, 전화기를 잘 놓아달라고 해주세요..."
휴우~ 안심을 했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도록 집으로 전화가 되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또다시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죄송하지만...전화를 계속 안받네요....이를 어쩌나...?"
다시 관리사무실에서 경비실로 통화하는 소리...
"연락했는데요..." .하는 소리...
그래도 한번 더 연락해 달라는 부탁소리....
나는 남편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드디어...간신히 통화를 하니, 아이아빠는 아이의 아침을 챙기고 있었다.
"왜? 전활 안받아욧?"
한순간 나를 짓눌렀던 긴장감과 조바심이 터져나가니, 머리가 지끈지끈~
원망의 바가지 벅벅~
아무도 모른다...나의 놀란 심정을...
놀라서 새가슴된 나와는 대조적으로, 아이아빠의 목소리는 심드렁하고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참으로 야속했다.
아빠와 엄마의 차이인가?
힘은 빠졌지만, 준비물이랑 챙길거랑 일러주고...
전철을 나서는 순간, 나는 긴장이 풀어져서 녹초가 되어버렸다.
'오늘 오전 근무는 다했군~"
워킹맘의 설움이 가슴 가득 느껴지는 하루였다.
>>>>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연이은 부탁에 짜증이 나셨을 수도 있었겠지만,
간절한 제 맘을 알고 도와주신...
두산아파트 관리사무실 직원분들과 경비아저씨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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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날 아침에 생긴 일
신미경
2009.05.08
조회 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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