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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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하루
윤연자
2009.06.24
조회 59
남편이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집에 와서는 저녁 준비 하는 나에게
밥맛이 없다고 한마디 툭 던지고는 일찍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 갔다.
감기 기운이 있어 일찍 눕고 싶다고 했다.
임신9개월째인 나의 몸은 뒤에서 보든, 앞에서 보든 두 장단지가 천하 장사 이만기를 능가 하고도 남을 만큼 구르고 있다.
이렇게 움직거려도 힘들고, 저렇게 움직거려도 힘든 이 상황에서 내 소원은 똑 바로 누워 잠 한번 깊게 자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랑 저녁시간 놀아 주지도 않고 이불을 펴는 남편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똑바로 천장 보고 누워 쿨 쿨자는 남편이 너무나 얄미웠다. 식후 설거지 정도는 도와 주고 코를 골던지...
그런데 새벽 두 세시쯤 남편의 신음 소리에 놀라 선잠이 깨어 얼굴을 쳐다보니 이마에 땀이 주룩 주룩 흘러 내렸다. 이마를 짚어 보니 열이 후끈 거렸다.
남편은 거의 의식이 없어 보였다. 큰소리로 남편을 깨우고, 몸을 흔들어 일으켜 세우며 응급실에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뿔사,,,지금껏 병원한번 가자고 한적이 없는 사람이 응급실이라니...콜 택시를 부르고, 곤히 자고 있는 일곱 살난 딸아이를 등에 업고, 나는 완전 앞뒤로 오뚜기가 되어 나머지 한 팔로는 남편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택시 아저씨가 이 가관을 보더니 성급히 문을 열어 주며 누가 환자냐며, 불룩한 내 배를 보더니 임산부 애 낳으러 가는 거 아니냐고 했다, 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환자는 남편이라고,
내,세상에 태어나, 이런 임산부는 처음 보겠단다. 하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뒤에 아이가 업혀 있고, 뱃속에 막 태어날 아이가 부풀어 있어도, 하나도 무겁지가 않았다. 응급실 앞에서도 의사들의 아리송한 머리 저음에 또 한번 남편이 환자임을 숙지 시켰다.
닝겔을 꽂고, 해열제와,항생제를 맞는 남편을 보니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난 나 힘든 것만 억울해 하고, 투정 부리고,바가지를 긁었는데...남편은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도 하지 않고 혼자 견디어 내나 싶어 내 입술을 깨물고 싶었다.
독감에다 폐렴 증세에 편도에 염증까지 심하 단다. 요즘 일이 힘든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본데...왜 낮에 병원에도 안 가본단 말인가?
등에 업고 있던 큰 아이를 보조 침대에 누이고, 닝겔을 꽂고 깊이 잠이 든 남편을 뒤로 하고 응급실 자판기 커피 앞에서 커피를 뽑았다. 남편이 깨어 날 때 까지 뜬 눈으로 있기 위해.“여보 미안해, 우리 둘째 태어나면 나도 당신 어깨위에 있는 그 무거운 짐을 조금 가져 갈게. 조금만 참아줘. 당신 혼자 너무 애썼어. ” 딸과 남편이 내 옆에 있어 너무나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가족은 나에게 없던 힘까지 불러 일으키는 그런 존재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박상민 해바라기
여름에 에버랜드에 꼭 가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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