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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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가는 기차
이영호
2009.07.07
조회 60
안녕하세요. 윤희씨. 신문에서 기찻길 사고관련 뉴스를 보다가 몇 자 끄적입니다.

청량리에서 남춘천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는 22:50분 무렵이면 우리 동네를 지나갑니다. 예전에 우리 딸이 갓 태어났던 시절에는 우리집 베란다 바로 밑으로 경춘선 기차길이 뻗어 있었지만, 그해 여름을 끝으로 지금은 선로가 바뀌어서 집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춘천가는 기차길이 있습니다. 그 기찻길 옆에서 버스를 타고, 매일 저녁 그 기찻길 옆에서 버스에 내립니다.

낮에는 온갖 소음에 기차 소리가 묻히지만, 밥이 되면 육중한 디젤 기관차 소리는 또렷해 져서 멀리 청량리 방향에서 우리 동내 역으로 진입하는 기차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답니다. 버스 정류장이 선로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 운 좋으면 역으로 진입하거나 역을 빠져 나가는 경춘선 열차를 볼 수 있답니다.

혹시 춘천가는 기차를 타 보셨는지요? 춘천가는 기차하면 여행자의 낭만보다는 입대하던 날의 막막함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오래전부터 뭇사람들은 춘천가는 기차를 낭만의 대명사로 여겼습니다. 글쎄요. 지금은 춘천가는 기차의 낭만은 세월과 함께 묻어 버린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물론 지금도 덜컹 거리며 단선 철길을 따라 기차가 움직이지만, 속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기차길로 열차가 달리면서, 덜컹거리던 기차, 맞은 편에서 기차가 오면 비켜 가던 단선 철도의 추억은 이제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고, 그 자리를 표준화된 수도권 전철 선로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의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고요.

지금 청량리에서 남춘천역으로 기차를 견인하는 기관차 또한 나잇살을 꾀 먹은 채 세월 앞에서 점점 나약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과 십여년전만 하더라도 경부선구간에서 제법 긴 객차를 꼬리에 문채 힘차게 달리던 7000번대 기관차는 KTX의 출현과 경부선 구간의 전철화에 밀려 경부선에서 설 자리를 잃고 경춘선, 경전선으로 쫓겨 왔습니다. 마치 재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은 세입자 마냥 경전선, 장항선, 경춘선을 떠돌고 있네요.

경의선이 서울역에서 문산까지 수도권 전철로 바뀐 것 처럼, 경춘선도 내년이면 수도권 전철로 바뀝니다. 그땐 우리 동네에서 더 이상 빨간색 무궁화 열차는 볼 수 없겠지요. 더불어 육중한 디젤엔진 돌아가는 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겠죠? 그때가 되면, '춘천가는 기차'의 노랫말은 마치 흘러간 노랫말인냥 술 한잔 걸쳐야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조만간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개통된다고 한다. 춘천은 강원도지만 더 이상 서울에서 먼 곳이 아닌 서울 바로 옆 도시가 되겠네요.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지만, 저에겐 그리 달갑지만은 않네요.

입영열차, 우리집 바로 아래를 지나가던 경춘선 열차,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경부선을 호령했던 기관차를 떠올리며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를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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