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희씨. 야근하다가 사연 남깁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짜증부터 냅니다. “빨리 들어와서 애좀 봐.” 아내는 제가 옷 벗을 새도 없이 아들을 떠맡기기에 급급합니다. 양복도 벗고 싶고 손도 닦고 싶고 긴 퇴근길에 지친 몸을 달래고 싶지만, 아내의 짜증에 집에 왔다는 기쁨 대신 저도 짜증이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아내는 딸아이를 재우려고 그러는데, 숨 돌릴 틈도 없이 명령조로 말하는 아내의 그런 태도가 못마땅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내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했을 아내를 생각하면, 흥분했던 마음이 누그러지고, 저는 아들을 안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아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때로는 짜증이 나서 울먹이는 아들을 달래기 급급할 때가 있지만요.^^*
언제나 툴툴거리는 아내지만, 분명한 것은 제게 헌신적인 아내입니다. '툴툴거림'만 없으면 '현모양처'로 일컫고 싶지만, 그것 때문에 아내는 그냥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일 뿐입니다. 둘째아이 출산 후 겨우 한 달 남짓 지났을 때부터, 제 병치레 때문에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내. 그래서 출산 후 대접받고 싶었던 마음도 접은 지 오래인 것 같아요. 큰 아이 출산 때는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 때문에 병원 들락날락거리느라 몸 돌볼 새가 없었고, 둘째 아이 출산 때는 남편 병치레하느라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였고... 어찌 보면 출산한 여자로서 대접받고 싶었던 것 대접받지 못한 한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아내. 그런 아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봅니다. 큰 눈에, 쌍꺼풀 그리고 긴 속눈썹. 그에 뒷받침 안 되는 코와 잡티가 부쩍 늘어난 얼굴살. 아내 얼굴에 흐물흐물 스며들기 시작한 나잇살은 상큼했던 20대의 기억마저 갉아먹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눈’만 보면 어느 미인 부럽지 않은 여자지만, 아내는 분명 미인의 얼굴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내의 얼굴을 올려 보면서 입맞춤이라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고, 제 얼굴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아내밖에 없기 때문에 제겐 그저 ‘사랑스런 얼굴’일 뿐입니다. 숨어 있는 나잇살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랑은 나누어준 증거가 아닐까요?
어젯밤 아내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 노래, ‘눈부신 그녀’를 참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아내는 “이 노래 뮤지컬 노래 같지 않니?”라고 묻더군요. 원래 가요를 들으면 멜로디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아내지만, ‘뮤지컬’이란 말에 저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3분 남짓 노래가 흐르는 동안, 아마 아내는 결혼과 출산으로 뮤지컬 음악 작곡의 꿈을 접어야 했던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제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르겠어. 근데 이 노래 듣다 보니깐 자꾸 너 얼굴만 쳐다보고 싶어진다. 전혀 눈부시지 않잖아~~”라고 농담을 건넸더니 이내 아내의 주먹은 제 얼굴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W.H.I.T.E.가 부른 ‘눈부신 그녀’는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성형외과 의사도 필요 없고, 지성과 미모, 교양과 센스가 넘치는 ‘눈부신 그녀’를 언제가 꼭 만나야지~!라고 다짐했었는데......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이 모든 것을 갖춘 ‘눈부신 그녀’를 만나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제 아이들의 엄마가 - 비록 성형외과 의사가 필요할지 몰라도 - 저에게는 ‘눈부신 그녀’일 뿐입니다.
저와 함께 사는 ‘눈부신 그녀’는 오늘도 깊은 잠에 빠져 남편 출근길을 배웅하진 못하였지만, 남편이 잠든 사이 아침을 거를 남편 때문에 제가 일어나서 가볍게 요기할 수 있는 먹거리를 식탁 위에 준비해 두었고, 오늘 저는 아내의 사랑을 느끼며 힘찬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이런 든든한 아내가 있기에 오늘도 즐겁게 일 할 수 있었습니다. 자... 윤희씨 이즘에서 W.H.I.T.E.가 부른 ‘눈부신 그녀’ 들려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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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그녀~!!
이영호
2009.09.29
조회 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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