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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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편의 시.
황덕혜
2009.10.12
조회 60
* 우표 한 장 붙여서

천양희


꽃 필 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 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 한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

않는 네 슬픔 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지나간다 저

빗소리로 세상은 여위어가고 미움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꽃 질 때 널 잃고도 나는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볼 때까지

험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다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한 사람의

눈먼 자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말해봐라

우표 한 장 붙여서 부친 적 있나



* 시, 사랑에 빠지다. 첫 장에 나오는 이 시를 읽으며 공허해서 휑한 찬바람이 이는 내 가슴을 다독인다.
몇 번을 읽어도 눈물나게 좋은 시.


신청곡 V.O.S ...젊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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