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언니,
오늘 시청 웨스턴조선호텔 앞 양복점 간판에 매달린 고드름이 녹아서 물이 울적하게 뚝뚝 떨어지더라구요. 눈이 이토록 슬픈 건 지 이번 겨울에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는 3년간의 이별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몇 일전 우리는 이제 정말로 헤어졌습니다. 끝.
중경삼림이란 영화 본적 있으세요?
극중 금성무는 떠나간 애인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유통기한이 5월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5월 1일은 그녀가 떠난 지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그에게 그 한 달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겠죠?
5월 1일. 결국, 그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와 그 사람은 스무 살에 처음 서로를 만나 이년간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 사랑을 하고, 기억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해 왔습니다. 그런 우리에게도 진부한 가요에서나 있을법하다 했던 이별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더라구요. 그때 정말 진하게 이별을 앓았었는데, 서로를 떠나지 못하고 이후에도 3년간 우리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서 있었습니다.
그가 다시 시작해보자고, 돌아오라고 했을 땐 저는 많이 힘들었던 이별의 기억 때문에 두려워 도망쳤었어요. 그리고 이제야 아 이 사람이 진짜 내 사람인거 같은 확신이 들어서 다시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받고싶어서 용기를 내서 돌아갔을 때, 그 자리에 그 사람은 없네요.
어쩌면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슴에 품은 채 삼년을 보내왔는지 모르겠네요. 캔에 프린트 된 사진은 파인애플 그대로인데, 알맹이는 썩고 변했을 파인애플.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신도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문득 플랫폼에서 유난히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를 무서워해서 아이처럼 벽에 찰싹 붙어서 기다리던 그 사람이 생각나데요.
기억이 참 얄궂네요.
이제는 볼수도 없고 전화도 하면 안돼는데
마음이 짠 합니다.
이 밤을 궁상의 궁극으로 보내고 싶네요.
7년간의 사랑
듣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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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
규
2010.01.10
조회 18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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