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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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멧둥으로 모여!
김정금
2010.01.22
조회 70
전라도 저 끄트머리 낙도중에서 죽도라는 섬마을에
죽도분교가 있었죠.
전교생 30여명이 채 못되었지만 선생님은 2,4,6학년 해서 세분의 선생님과 교장,교감선생님. 5분 정도 되었나봐요.
저희 5남매는 학교 끝나면 모두 김공장으로 몰려가 일하느라 바빴어요.
그래서 방학이 싫었죠.
학교도 못가고 선생님들과 만날수도 없으니 말이예요.
선생님이라도 계시면 저녁에 생선 몇마리 들고가서 굴망태 들고가서
구워도 먹고 튀겨 먹으며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옛이야기에 홀딱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몰랐거든요.
겨울방학이라...
저희는 남도라 눈도 잘 오지 않았어요.
친구중 한명이 방학이라고 서울 친척집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눈썰매를 타고 온 이야기를 어찌나 자랑해 대던지...
우리 학년은 13명이었는데 남자 4,여자 9명 그중에 겁이 제일 많았던
제게 정말 평생 잊지못할 일이 생겼어요.
겨울 죽도마을 김공장은 밤이 늦도록 끝날줄 몰랐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저녁 먹고선 집에 남아 TV도 보고 잠자는 시간이었죠.
그 덕분에 제일 개구진 친구 한명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소집명령을 내렸어요.
장소는 학교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무작정
따라나선 주동자 빼고 12명은 친구가 하라는 대로 모두들 눈을 감고
한줄기차를 한채로 그친구 뒤를 따라서 자리이동을 했어요.
그런데 글쎄 그곳이 바로 학교 옆에 있는 묘지가 모여있는 밭이었어요.
멧둥이라 불렀는데 여자애들 몇명은 눈을 뜨자마자 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밤에 묘지라니..."야! 가시나들 조용히 좀 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는데 당시 울보라는 별명을 가진 전 금세
울고 있었어요.무섭다면서요.
다른 친구들은 주동자를 따라 멧둥에서 무얼하려고 그러나 했더니
글쎄 썰매타기,아니 그보다 미끄럼틀에 가까웠죠.
저희 운동장엔 놀이시설도 전혀 없었거든요. 그저 산으로 들로,밭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며 소꼽놀이 즐기며 비좁은 운동장에서 공놀이,고무줄,오징어,등등, 그런 놀이를 하면서 놀다가 미끄럼틀도 처음이었죠.
아마 첫날은 한번씩 돌아가면서 탔을까요?
전 겁나서 도저히 탈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며칠을 모여 새로운 놀이가 시작되자 이젠 너도나도 멧둥에서
"내가 먼저"를 외치며 아주 깜깜한 밤에 신이 났죠.
어른들에게 들키면 혼나니까 시간은 딱 30분이었어요.
전 한참을 망설이다 할려고 하면"야! 이제 가야돼!"하며
끝나는 거예요.
그러다 어른들에게 들키기 일보직전까지 딱 한번이나 탔을까요?
김공장 일하시느라 바쁜 어른들에게 안들키고 잘 버틴다 싶더니
결국 밭일 가시던 동네 어른에게 들킨건 다름 아닌 바로 나였어요.
밤엔 도저히 무서워 못타다가 낮에 탄다는게 들킬줄이야.

30여년 전의 일이니까 오래 됐죠. 놀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옛날의 놀이를 보급하시는 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추억만 떠올려도 아름답기만 그때 그시절
다시 돌아간다면 원없이 더 놀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더 놀릴걸 하는 아쉬움이...
지금이라도 추억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겨울방학 맞은 아이들과 멧둥에 가서 미끄럼틀 타자면 탈까요?
재미 있다고 할까? 옛날이니까 가능한 놀이였지 싶어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

일하랴 공부(대학원)하랴 새해부터 바빠질 남편과 곧 출산을 앞둔 제게
행운이 온다면 더욱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네 아이 먹여 살리느라 고생많은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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