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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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5일 생일축하사연 - 꼭!꼭! 들려주세요.
조은희
2005.03.14
조회 30
작년 여름 한 남자를 소개받았어요.
친오빠 친구 중에 장교로 있는 한 오빠의 소개로 그를 만나게되었고 그 역시 장교로 현역군인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찐한 쌍꺼풀이 부담스러운 인상이었습니다.
소개해주는 오빠와 함께 나온 그는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첫만남에 40여분정도나 늦게 나타나서는 미안하단 말도 제대로 하지 않던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였지요..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저는 그냥 한 번 만나고 들어가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첫느낌이 없다고 하더라도 또 분위기에 약한 게 여자아닙니까? 어디 조용하고 근사한 곳에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매력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요?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서울 모처에 귀순여배우가 운영하는 평양음식점이었습니다.
들어서니 조명부터가 현란하더군요. 노랗고 빨갛고. 손님들도 머리 희끗희끗하신 아저씨들부터 퇴근길에 집에 그냥 들어가기 허전해 들른 직장인들뿐이더라구요.
그래도 어차피 주린 배는 채워야하니까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명이 바뀌더니 홀 중앙에 마련된 무대로 여자 두 분이 나오시더라구요. 설마 했습니다. 설마.
그러나 잠시후 여지없이 들려오는 귀에 익은 멜로디는 다름아닌 반갑습네다~ 동포여러분~~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음식을 날라주던 종업원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무대에서 가무를 행하시더라구요.
설상가상 하필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저희는 본공연의 바람잡이라도 되야하듯 신나게 박수로 흥을 돋구기까지 했습니다. 그 멜로디에 맞춰 밥을 먹을 수도 안 먹을수도, 또 박수를 칠 수도 안 칠수도 없는 어색한 상황, 버섯전골을 사이에 둔 잊지 못할 공연은 그렇게 시종일관 어색함을 자랑하며 마무리됐습니다. 아..참..아무리 이십대 벼랑끝에 나간 소개팅이라지만 무슨 소개팅이 이런답니까..

그런데 집까지 바래다 주고 그와 헤어진 후에 독특한 그 날의 만남을 되짚어 보는데 잘 느끼지 못했던 그의 마음이 느껴지더라구요. 다시 연락이 와서 못이기는 척 나가 만나긴 했지만 사실 저 역시 그의 연락이 내심 기다려지더라구요. 낭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두 번 세 번 만나면서 순박하리만치 진실되고 세심한 그의 마음에 제 마음이 움직여지더군요.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보내더니 이 남자..
겨울이 시작되는 제 생일에 장소와 구성원(?)이 한 층 업그레이드(?)된 곳에서 프로포즈를 하더군요.
곰세마리를 부르며 창작율동까지 선보인 그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진지하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더니 나중에 우리 애기 앞에서 한 번 더 불러주겠노라고 하더군요.
좀 더 로맨틱한 무언가를 원했지만 저를 향한 진실되고 순박한 마음이 너무 고마운 거 있죠. 결국은 5월의 신부를 만들어주더군요.

요즘 결혼준비하느라고 하는 것 없이 서로 마음의 여유를 누리지 못했는데 오늘 예비신랑의 생일만큼은 다른 거 다 접어두고 받기만 한 제가 감동을 전해주고 싶어 몇 자 적어드립니다.
도와주실꺼죠?
늘 마음가득 사랑을 줘서 고맙다고
오늘, 오빠가 태어난 날을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p.s 혹시 제 글이 너무 장황하다면 외면하지 마시고 생일축하메세지만이라도 띄어주시면 넘넘 감사하겠습니당~~
신청곡은 영화 클래식의 주제곡인 자전거탄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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