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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할머니
김유미
2005.05.31
조회 22
나는 편의점에서 주말에 야간알바를 한다. 12시가 되면 냉장식품들이 와서 바쁘고 손님들이 몰아닥치기라도 하면 등에 땀이 나는 분주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한 할머니가 미안한 기색으로 다가오기에, 돈이 필요해서 그러나 하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는데, 할머니는 차가 끊겨 첫차 기다릴 때까지 여기 있으면 안 되겠냐고 물으셨다. 알바를 혼자하는 관계로 손님이 다니지 않는 시간이 되면 심심해서 흔쾌히 승낙했다.
“딸기우유를 옛날부터 그렇게 좋아했었어.”하며 딸기우유를 하나 드시더니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셨다. 안쓰러운 맘에 창고에 가서 주무시게하려고 박스를 밖에 가서 가져오려하는데 손님이 끊이질 않아 마음이 탔다. 겨우 손님을 다 보내고 난 후, 부리나케 달려 박스를 주어 와서 깔아드리고 할머니를 깨워 창고로 안내했다. 청소하고 물건 좀 챙겨놓고 하니 4시가 지나고 있었다. 손님이 없어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할머니가 부스스하게 나오시더니 화장실을 물으시고 다녀오셨다.
“딸이 하나 있는데 딸네 집에 온 건데 시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이끌어져서 병원에 있데, 그래서 딸네 집에도 못가고 있어, 남편은 중국에 있는 삼성에서 일하고......”
‘상황이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할머니가 안쓰러웠다. 그리고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할머니가 외로워 보이고 우리 할머니는 자식이 많아서 복 받았다고 느껴졌다. 할머니는 잠시 수다를 떨더니 다시 들어가서 주무셨다.
해가 뜨고 나니, 가방을 매고 다시 길을 떠나셨다.
난 퇴근을 위해 마지막 정리랑 마무리를 마친 뒤 다음 타임 언니와 교체를 하고 집에 가자마자 잠에 빠졌다. 사실 그 전날인 금요일, 선배 언니가 국악 쪽에서 일하시는데 대회에 나가는데 인원이 모자라 도와달라고 해서 연습을 했었다. 강변에 연습실이 있어 연습을 하고, 근처에 친구가 야간에 편의점 알바를 해서 놀러갔다가 차가 끊겨 나도 거기서 밤을 새다 집에 첫차를 타고 와서 할머니가 더 측은했는지도 모른다.
대회가 토요일2시부터 장지역에서 있었는데 리허설 해보자고해서 12시까지 오라고 했었다. 구리에서 가려면 한 시간은 거릴 텐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10시 반에 일어나서 허둥지둥 씻고 출발해서 지각을 하고 말았다. 무대에서는 연습 때보다 긴장해서 그런지 실수도 안했고, 제법 맘에 들었었는데, 장려상 받았다고 했다. 입상처럼 누구에게나 다 돌아가는……. 아무튼, 재밌는 경험을 했다. 비몽사몽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나야 정은언니, 언니가 잠을 못자서 너무 피곤하다. 빨리 와주라”
남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알겠다며 7시부터 알바를 시작한 거였다.
피곤이란 피곤은 덕지덕지 붙어있었기에 일요일 아침에 자는 잠은 그야말로 꿀맛 이였다.
일요일 9시,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어제처럼 많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알바 한 달 치지만 워낙, 뭐든지 늦는 스타일이라 애를 많이 먹는 편인데 어제는 유난히 사람이 들 끌었고, 시비 거는 손님들도 있어서 애를 너무 많이 먹고 말았는데, 오늘은 또 유난히 손님이 없었다.
그리고 12시, 김밥이랑 샌드위치, 빵, 유제품을 진열하고 워크인하고 있었다.
“땡 땡”
문에 달아 논 딸랑이 소리가 나 바라보니 어제 그 할머니가 오는 게 아닌가.
반가움에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또 미안한 기색으로 밤에 있다 가겠다고 하셨다.
난 순간 ‘또? 상습범 아냐?’ 하는 생각이 스쳤다.
허나 그래도 보낼 수 없기에 그러시게 했다. 할머니는 컵라면하나를 드시려고 하더니, 돈 450원을 꺼내놓으셨다. 컵라면은 500원이였는데, 어제 먹은 딸기우유가 550원이였으니까 450원이 남았고, 그 하루 동안 돈 한 푼 쓰지 않으셨단 말씀. 할머니가 스프 쏟아서 그 맹맛을 어떻게 먹어하고 하나를 더 갖다 주었다. 할머니는 그 두 번째 뜯은 컵라면을 먹고서 남은 국물에 처음에 것을 덜어서 두개를 해치우셨다. 내가 준 삼각 김밥은 가방에 넣으시고……. 또 잠에 빠지셨다.
‘저 할머니가 또 딸을 못 만나셨나?’하는 생각에 물어보니
“화요일에 온대”
아니 그럼, 그 동안 어디서 무얼 했단 말인가?
“공원에서 앉아 있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녔지......”
“밥은요”
“그러니까, 김밥 파는 사람이 먹어보라 그래서 먹었지......”
‘아~~~~~’
안쓰럽다 못해 불쌍했다. 시골에 살던 사람이, 그 것도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이렇게 다니게 하는 그 딸도 불쌍했지만 무정하게도 보였다. 열쇠라도 나두고 갔으면 집에라도 있을 거 아닌가, 어째서 자기 엄마를 길 잃은 강아지처럼 길바닥에 나두면 어떡하라는 건가, 우리 할머니가 저랬다면, 정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할머니를 다시 창고로 보내드렸다.
전날보다 한가한 점포를 이끌고 있는데 할머니가 화장실에 다녀오시더니 5시 반쯤에 나가겠다고 하셨다.
“어차피 딸도 못 만나잖아요”
내 대답에
“너한테 방해되니까 가야지”
‘이런, 어이가 없군, 내 생각까지 할 틈이 있을까?’
새삼 고마웠다. 그리고 안됐다란 생각이 두 배가 되었다.
성경공부를하고 시험공부를 하려는데 태생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지라 책을 앞에 두고 책한테 미안하게 딴 생각에 휘말리게 되었으니…….
‘돈도 없으면서 어딜 가겠다는 겨, 날 좋으니까 공원에 계속 앉아 있으려는 군!! 어이구, 난 바로 학교로 가야 되는데, 같이 학교로? 밥은 사드릴 수 있지, 집에? 과연 엄마가 잘 해드릴까?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돈? 내가 돈이 어디 있니, 그럼 또 뭐가 있지? 찜질방 같이 갈까? 할머니 목욕은 했을까? 어쩐담. 저 양반을…….
주님 도와주세요. 저 힘없는 할머니를 어떻게 저렇게 길에 내 버릴 수 있냔 말이에요. 어째서 잠시 후면 땅에 묻힐 사람에게 저런 힘든 시련을 주시냐고요……. 주님……. 그래서, 그래서 저에게 보내신 건가요......? 그런 거예요?’
갑자기 사명감이 들었다. 할머니를 나에게 보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 많은 편의점 중에 내게로 온 것부터, 그리고 또 온 것부터가 이유가 있었다.
고마웠다. 주님께 고마웠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주님은 늙은 양도 또한 아끼고 감싸는 분이기에 내게로 보내셨고, 내가 주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할 수 있음에 또 고마웠다.
생각 끝에 같이 학교로 가기로 결심했다.
마무리를 하려고 창로를 들락날락하니 할머니가 깨서 가겠다고 일어나 앉으셨다.
“할머니, 저랑 같이 학교가요, 저 끝나고 바로 학교로 가거든요, 여기서 버스한번 만 타면 되요!”
“에고 얘는~ 너한테 미안해서 안 디야, 난 또 돌아다니면 돼 그게 더 좋아”
“아 할머니, 학교에 동방이라고 있는데 거기 사람 잘 안다니니까 거기서 자다가 같이 집에 가요, 엄마아빠 좋은 분들이시라 괜찮아요, 그리고 내일 딸 만나면 되잖아요.”
“안돼”
“할머니 딸 만나면 밥이나 사주시고 그렇게 하세요”
난 정말 필사적으로 붙잡아야 됐다. 이건 주님의 내게 내리신 일감이였기 때문이다.
가방을 붙잡아 못 가시게 하고, 가진 설득으로도 할머니는 넘어오지 않으셨다. “어떤 아저씨가 찜질방이 24시간 하는데 거기서 있으라고 하더라.”
공원에서 만난 아저씬가 보다
“돈 있어요?”
“그러니까 못 갔지, 너한테 빌려달라고 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그렇지”
“저도 그러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그러곤 그냥 나가시려는 할머니가 무정했다. 난 드리고 싶은데, 난 해드려야 하는데 그걸 거부하시는 할머니가 미웠다.
결국 못 잡은 나는,
“그럼, 잠깐만요”
계산대로 뛰어가 5000원 한 장을 내밀면서 이 거라도 쓰시라고, 드렸다.
“그래 고맙다 야~”
함과 동시에 훌쩍 떠나 가셨다.
만감이 교차했다. 허탈함과 배신감,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멀어져가는 할머니 뒷모습을 보며 별의 별 생각을 다한 내가 불쌍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길은 댓가를 바래서도 댓가가 와서도 안된다고 들었다. 하나님의 빛을 위해 불쌍하단 생각조차 빛으로 승화시키는 내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기도드리고 또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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