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동이 있는 이야기에 늘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저에게도 이런 따뜻한 추억이 있어 함께 나누기를 원합니다.
몇 년전 아이들의 시끌시끌 재잘거림으로 가득한 한 교실...
매서운 바람과 펑펑 쏟아지는 눈은 아이들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천방지축 아이들을의 기를 가라앉히고 공부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전 호랑이로 변해야 했습니다.
학교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적인 학원에서의 저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웃음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죠.
유난히도 수업시간에 말이 많았던 한 아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공부와는 상관없는 질문이 많으며,숙제와는 담을 쌓아
늘 저와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었습니다.
"오늘은 왜 숙제를 안해왔니?"
"선생님, 깜빡 잊었어요."
"일이 있어서요."
"밖에 나갔다가 너무 늦게 들어와서요."
..................................
"그래도 공부하는 학생이 자기가 해야할 것은 꼭해야 하는거야."
하며 타이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부모님과 상담을 하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놓으시던 아이의 아버지.....
"지엄마가 없어서 집안일을 혼자 다 합니다. 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느라
잘 돌보지를 못해요. 엄마가 없어서 여러가지로 부족하니 선생님이 잘 좀
봐주세요...."
그 아이가 이제까지 보여줬던 모습속엔 그럴만한 이유가 담겨져 있던
거였습니다.
수업시간에 공부가 아닌 다른 질문들이 많았던 것은 집에서 누군가와 이야기
할 사람이 없어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고...
숙제와 담을 쌓은 것도 누군가 옆에서 챙겨주며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이제야 전 해답을 얻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사랑..... 그리고 관심.........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그 아이와 단 둘만의 시간....
우린 숙제와 쌓았던 담을 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못다한 질문과 대답...
오붓한 대화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던 추운 어느 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하고 있는데
'콜록콜록...........'
"너 감기에 걸렸구나...많이 아프니? 약은 먹었어?"
"콜록콜록....네, 먹었어요...그렇게 심하지 않아요."
"그래?..그럼 다행이다. 옷좀 더 따뜻하게 입고 다녀.알았지?"
"네. 선생님도요."
"그래.고맙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도 모르게 찾아온 감기와 온 몸으로 싸워야 했습니다.
뜨거운 열과 몸살감기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하루를 아이들을 못본 채 집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하고 있을까?...'
다음 날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여전히 떠나지 않은 기침을 내뱉으며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그 아이...
"선생님, 많이 아프세요?.......감기 걸리셨다면서요?....이제 괜찮으세요?"
"어...괜찮아...너는 좀 어떠니?"
"저는 이 거 먹고 다 나았어요...."
주머니에서 작은 감기약병을 꺼내 보이며 제 옆으로 와 팔짱을 끼었습니다.
웃음지으며 애교스런 모습에 저도 모르게 힘이 생기는것 같았습니다.
힘겨운 하루를 간신히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때...
버스를 기다리며 옷깃을 여미고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였습니다.
무엇인가 느껴졌습니다.
'이건.....'
아까 그 아이가 내게 보여주었던 감기약....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주머니 속에 담긴 여린 사랑이 내 마음 속에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추운 겨울이면 그 아이가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연:***-****-****
인천시 남동구 간석3동 30-4 가산한들빌 B동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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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감기약
김정연
2005.09.06
조회 2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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