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꿈음’ 작가님과 규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혹시 기억나시나요?
작년 여름께로 기억됩니다. 꿈음에 ‘엄지 사연’이라는 꼭지가 있었잖아요. 한 가지 주제를 알려주시면 청취자들이 문자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요.
그 날 주제는 ‘내가 어른이 됐다고 느꼈을 때’였습니다.
제 방에 들어오면 라디오를 트는 것이 습관인 저에게, 종교는 다르지만 CBS 음악 FM은 항상 고정된 주파수입니다. 6시부터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쭈욱-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종종 문자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했답니다. 그래서 그 날 ꡐ엄지 사연ꡑ에 참여한 것도 무척 자연스런 일이었지요.
규찬님, 그 때 어떤 사연들이 소개됐는지 기억나시나요?
규찬님이 주제를 말씀해주셨을 때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그날 소개된 다른 여타 사연들처럼 ‘요즘 나온 과자나 신인 그룹 이름을 몰랐을 때’, ‘군인들이 아저씨나 오빠가 아니라 동생들이 됐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절실하게 느낀 적은 따로 있었더라고요.
2002년 가을, 저희 엄마는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식구가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남의 일이라 느꼈던 저였기에 병원 입․퇴원 수속을 어떻게 밟는지 간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도 못해보고 해보지도 않았는데 막상 하려하니 모르는 게 많아 두렵기까지 하더라구요. 꼭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엄마 건강상태를 좌지우지 하는 것 같았거든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엄마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내내 전 늘 ‘박길자 씨의 보호자’였습니다. 그 때 제 나이는 23살이었고, 아버지는 이미 17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3살 차이 나는 오빠는 엄마의 병원비를 대느라 늦게까지 꼬박 일을 했고요. 병원에서 전적으로 저를 의지하고 있는 엄마를 보며 ‘이런 것이 책임감이라는 것이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수술을 잘 마치고 1년 후 긴 기간의 항암치료도 끝났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예의 그 평범했던 시간들로 돌아갔지요.
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나중에 돈벌면 해야지 싶어 미뤘던 것들이 너무나 후회스러왔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엄마를 모시고 미술관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했습니다. 그 무렵 그런 시간들을 제일 많이 가졌던 것이 지금도 저는 그나마 뿌듯합니다. 그런데 꿈음도 저를 도와주시더라고요.
그 날 주제를 듣고 저는 제가 어른이 됐다고 느꼈을 때를 ‘부모님의 보호자가 됐을 때’라고 보냈습니다. 보내놓고, 기대도 않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규찬님이 제 휴대전화번호 뒷번호를 부르시더니 제 사연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꿈음으로부터 연극 티켓도 선물 받았습니다. ‘엄마 덕에 된 거니 엄마랑 가야지’싶었습니다. 그 주 토요일, 엄마는 딸 덕에 연극을 다 보러 가시게 됐다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엄마의 고향인 혜화동에서 있은 연극을 보기 전 엄마는 보답으로 맛있는 저녁을 사주셨어요. 삼겹살이요. 상상만 해도 무척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으시죠. 모녀끼리 데이트 말이에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엄마 딸 잘났지?” 하며 생색내는 와중에도 저는 내심 꿈음에 감사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혜화동 로터리에서 저희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삼선교 방향으로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가는데 엄마는 “딸하고 이 길을 다 와보네” 하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 길은 엄마가 초등학교 때 새벽미사를 다니던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 걷던 그 길을 걷고 있다니... 싶어지자,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았는데도 고약한 그 암세포들이 순식간에 엄마의 간으로 퍼졌습니다. 손도 쓸 겨를 없이 엄마는 짧은 투병 끝에 돌아가셨어요. 꼭 작년 이맘 땝니다...
그 때 우리 모녀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꿈음 관계자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그 날 엄마 손 잡고 걷던 그 길과 그 시간들을 잊지 않고 있어요.
제가 왜 처음에 ‘꿈음’ 작가님과 규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하셨는지 아시겠지요? 엄마의 첫 번 째 기일을 맞아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특집으로 꾸미신다기에 사연 올립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꿈음 통해 좋은 노래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이번 특집의 주제인 Dance with my father은 너무 좋아서 종종 미니홈피 배경음악과 핸드폰 컬러링으로 설정해놓기도 할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마침 주제도 Dance with my father이네요. 신기하게도...
- 사진은 그 무렵 집 근처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저희 모녀가 같이 나온 사진 중 가장 최근 사진이면서 제일 잘 나온 사진입니다.
배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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