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단풍나무를 바라봅니다. 얼마전까지 정말 새빨갛던 그 나무가 아침마다 점점 뽀얘져가는 입김처럼 무채색 잿빛으로 색을 잃어갑니다.
얼른 다이어리를 꺼내 날짜를 확인합니다. 11월 14일. 역시.. 오늘은 그 사람 생일이네요. 그 사람과 헤이진 후 맞이하는 첫 생일입니다. 이렇게 흐려지는 단풍을 보면서 정해진것 처럼 그 사람과의 생일날들을 추억하게 됨에 놀랍니다.
사랑했던 그날의 첫생일에는 빛바랜 남이섬에 뿌려진 검붉은 낙엽을 즈려 밟으며 연신 행복해했고, 두번째 생일에는 충주호 가는 아스팔트 국도길에 신나게 휘날리는 낙엽을보며 제게 싱긋 웃어주었습니다. 세번째 그녀의 생일에는 넘어가는 태양에 비친 남산 단풍을 보며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 야경을 기다리며 저의 어깨에 기대어주었습니다.
그때 그때 마다 저는 매번 웃는 얼굴뿐입니다.. 하지만.
오늘 네번째 생일은 흐려져가는 낙엽을보며 그림움만 키울뿐이네요.
그 사람도 오늘 곳곳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그 일들을 추억할까요? 아니면 다 잊은채 사람들의 축북속에 그날처럼 행복하게 웃고 있을까요?
참 이기적이지만 그 사람도 떨어진 낙엽처럼 원래 붙어있던 나무를 바라보며 지난 날들을 그리워 했으면 좋겠습니다. 못낫죠? 이런생각...
곧 첫눈이 올겁니다. 항상 그랬으니깐요. 그 사람의 생일이 지나 얼마 후면 눈이 쏟아집니다.
유치만 발상이지만, 그 떨어지는 눈들이 저 나무도 낙엽도 새하얗게 덮어 버리겠죠?
그때 저도 그 사람을 기억 깊은 곳에 하얗게 덮어 두려합니다.
이 모든 그리움, 추억, 미련, 이제 그만 하려합니다. 아니 그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 바래져가는 낙엽을 보니 잊으려, 지우려, 노력했던 지난 반년이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어설픈 시간속에 그 사람을 잊는 건 역부족이였나 봅니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그냥 맘껏 축하하고 싶어요. 더이상 함께일 수 없지만 참 사랑했고, 큰 무언가를 알게 해준 그런 사람이니깐요.
잿빛 낙엽을 떨어뜨리는 나무를 보며 그녀에게 조용히 말해봅니다.
"정말. 정말. 생일 축하해.."
신청곡. 거미-보고싶다/ 권진원-생일축합니다. /하림-난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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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잿빛낙엽을 보며 말해봅니다.
김태윤
2007.11.14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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