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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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에 적어 보내는 가을편지
최돈일
2007.11.13
조회 37
예전에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내 마음 속의 소중한 분들(그리운 사람이겠지요)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목소리만으로 평화를 오롯이 전해 주시는 꿈과 음악사이 덕분에 하루 하루가 가을처럼 곱게 곱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람이 점점 차지는데 따뜻히 다니세요.

안녕하세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니 모른다고 하면 당신이 섭섭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얼굴이 민들레빛 수줍음과 미소를 곱게 머금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답니다. 또한 저는, 당신이란 분이 당신의 그 이름 한 글자한 글자를 단순한 글자로서가 아닌 당신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당신의 향기를 품기고 있는 분이란 걸 훤히 알고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얼굴과 이름을 모른다고 애써 말하려 하는 제 심사가 무언지 한 번 알아 맞춰 보세요. 특별한 의미나 이유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시겠는 걸요? 음~ 그럼, 한 번 이렇게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지금 아침 안개 속에서 아직 잠이 덜 깨어 있는 한없이 잔잔한 강가를 호올로 걷고 있어요. 또는 끝없이 펼쳐진 대지에서 당신은 자칫 뒤로 꽈당 넘어질 만큼 목을 뒤로 젖힌 채 가을 빛(봄빛이 섭섭할까요?) 푸른 하늘을 하늘별꽃 마냥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럼, 당신은 누군가를 떠올리시나요? 아니면 누군가가 떠오르나요? 누군가 한 사람이 떠 오른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절실히 사랑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당신 마음속에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당신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아주 외롭거나 강한 사람일 거예요. 근데, 저는 당신이 외롭거나 강한 사람보다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해요. 음~ 그럼,저는 어떤 사람에 속할까요? 저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강물이나 하늘에 그려지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인류애에 흠씬 빠져 있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저의 얼굴도 문득 문득 스쳐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이나 사진기, 자전거, 그림수첩들도 보인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제가 지금 외롭거나 사람들에게 지쳐 있지는 않다는 사실일 거예요.

근데 그 강물에 누군가가 돌멩이를 던져서 잔잔하던 강물은 크고 작은 물결들로 일렁이게 되었고, 맑은 하늘에도 어디에선가 구름들이 달려와 하늘을 가득 덮어 버리게 되었어요. 때문에 당신의 평화로움도, 고요한 적막도, 그리고 그 누군가를 그리워 하던 간절함도 수많은 파문과 먹빛 구름에 가려지게 되었어요. 괜히 돌멩이를 던진 누군가와 그늘구름이 원망 스럽고 그래서 슬프지요?

당신의 일상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당신은 어떤 손길과 눈빛 그리고 발걸음으로 세상과 사람들에게 다가 가고 계시나요?
요즈음, 당신의 일상은 너무 많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지 한 번 곰곰히 되돌아 봐 주세요.
당신의 눈빛이 땅바닥을 향해 걷고 있는지 아니면 오로지 앞만을 보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집에 돌아가는 버스나 지하철의 유리창에 비친 당신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 보세요.
당신의 발걸음에서 얼마만큼의 일상의 무게가 실려 있는지도 천천히 걸으며 측정해 보세요.
당신에게 친절과 관심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얼마만큼의 진심으로 그 손길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지도 반성해 보세요.
음식의 맛과 향기에 즐거워 하기보다는 빠른 손놀림으로 100m 달리기를 하는 냥 삼켜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꾹!꾹! 눌러 보내는 핸드폰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에 당신의 정성어린 마음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도 곰곰히 돌아 보세요. 아니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일일이 넘겨 가며 누군가에게 연락 해 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가끔씩 지나가다 만나는, 홀로 서 있는 공중전화를 보면서 외롭겠다고 문득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도 떠올려 보세요.

곰곰히, 마음깊이 그리고 솔직하게 제 물음들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생각해 보셨다면, 아실거예요. 당신이 떠올리고 되돌아본 당신의 모습이 바로 당신의 요즈음 일상의 얼굴이란 점을요. “당신의 일상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 무척 궁금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의 그 표정들을 제가 볼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물어 본 당신의 일상의 사진들이 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현상된 게 아니라는 제 마음을 꼭 알아 주셨으면 해요. 당신의 일상이 살짝이라도 웃고 있질 않고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찡그리거나 멀뚝 멀뚝 전봇대 같은 무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혹시 그렇다면 어쩌죠? 전 당신에게 별다른 도움을 드리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한 가지만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은 가끔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실 때가 많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생각과 마음을 한 번 바꿔 보세요. 일상을 떠난 여행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와야 한답니다. 그렇기에 되돌아 오는 여행의 일상에서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탈로서의 여행이 아닌 일상속으로의 여행을 한 번 계획하고 떠나보세요."

얼마 전 만난 큰 누나가 제게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나네요. "요즘에 잠이 안와서 바람 쐬러 자주 나가곤 하는 데 집 앞에 서 있는 가로수잎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도 모르게 가만히 나무 아래 한참동안 서 있게 돼. 그러면 얼마나 마음이 평화롭고 좋은지......"

사람에게 변화란 '혁명처럼' 찾아오는 게 아니랍니다. 당신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내미는 손길과 마주보는 눈빛과 같은 작은 변화의 움직임들이 모여야만 당신의 삶에 혁명이 찾아 오는 것이지요.

"가을의 끝자락에서 푸른하늘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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