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12월도 얼마남지 않았군요.
어느 덧 아내와 함께 아홉번째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2월이면 결혼한 지 8년이 되니까요.
여느 부부들이 그러하듯 다투기도 많이했지만 그래도 "평생 내가 함께 할 사람은 이 사람 뿐"이라는 생각이 서로의 가슴 가득 자리잡고 있기에 금세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내와 결코 싸워서는 안 되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남편입니다. 그사람에게 너무 많은 시련을 주고도 그저 많은 것을 받기만 했기 때문이지요.
결혼 전 어찌어찌된 이유로 감옥에서 2년을 보냈는데 그 긴 시간을 지켜준 것도 아내였습니다.그 당시 아내가 보내 준 편지를 읽고 또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없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또한 면회를 와서도 언제나 생글생글 환하게 웃으며 바깥 얘기를 들려 주던 아내가 있어 저도 웃을 수 있었지요.
사실 저는 접견실에서 늘 웃어주는 아내를 보며 그냥 그렇게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먼길을 굽이 굽이 돌아 찾아와 주던 그 사람이, 내 앞에선 늘 웃기만 했지만 돌아가는 길 내내 가슴을 뜯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나서 우연히 아내가 써 놓은 글을 보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참 무심한 놈이지요.
그런데도 그렇게 나를 지켜주던 소중한 사람에게 흔히들 하는 프로포즈하나 해 주질 못 했습니다.
고작 "우리 같이 살자"라는 짧은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지요.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감옥에서 출소한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나 흔쾌히 그러자고 대답을 하던지 고맙기도 하고 심지어 그 당찬 대답에 제가 다 놀라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결혼식도 없이, 그 흔한 결혼 사진 한 장 없이 그 사람을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결혼 사진도,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없이 시작된 결혼 생활.
서울에서 혼자 잘 살던 그 사람을 아는 사람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데려 와 고생도 많이 시켰지요. 그래도 늘 웃어 주던 아내. 빛도 잘 들지 않는 좁은 반지하 방에서도 아내의 웃음이 있어 늘 밝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결혼 1주년이 되던 날, 저는 약속했지요. 아내가 좋아하는 숫자 7.
7주년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예쁜 반지를 해 주겠노라고. 그리고 10주년 때는 여행을 가자고.
하지만 결혼 7주년인 올 해 저는 또 아내에게 아픔을 주고 말았습니다. 올 봄을 감옥에서 보냈거든요. 물론 어디가서도 떳떳하게 켤코 죄를 짓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제가 차디찬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 그 것만으로도 그사람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을 겁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결혼 전 그랬듯 밝게 웃으며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다고 동료들이 말해주더군요. 하지만 집에서는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꺼이꺼이 울었을 겁니다. 결혼 전 그 때처럼요. 비록 이번엔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이긴했지만 또다시 아내를 아프게했으니 참 나쁜 놈인 거지요.
그리고 7주년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요. 10주년 약속은 꼭 지키리라 마음 먹고 있지만 사실, 그것도 불투명합니다. 그래도 10주년 때 아내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 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서해 바다에서 결혼 전 하지 못한 프로포즈를 하렵니다.
당신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노라고. 당신이 있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노라고. 우리가 함께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끝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하자고 말입니다.
[그사람이 cbs방송을 듣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항상 좋은 음악들이 나오더군요. 집에 있을 땐 하루종일 라디오를 켜 놓고 지낸다고 합니다.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라서요.
더구나 제가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많아 밤늦게까지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지낸다고 하더군요. 가끔 라디오에 글도 남긴다고 해서 여기저기 그사람의 흔적을 찾아 둘러보다 이 이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해고된 남편 바깥에서 기죽지 말라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않고 있는 제 아내에게 다가 올 2월, 8주년 때 멋진 선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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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살고 있습니다.
지니
2007.12.22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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