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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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라오던 그 남자 -
강윤영
2007.12.28
조회 29
벌써 몇 달 전의 일이네요.
그날 전 공연이 있어 지방으로 내려간 남자친구를 마중나가던 길이었죠.

용산역으로 향하는 길이 었는데
용산역과 전자랜드를 연결하는 통로 쪽을 걷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그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빨리 걸었더니 더 바짝 따라오고
갑자기 겁이 난 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대낮에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며 계속 걸었죠.
뒤를 힐끔 돌아 보았을 때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다행이 흉악해 보이지는 않아서 마음을 놓았어요. 그래도 한참을 따라오는 것 같아서 도중에 우뚝 멈춰 서버렸죠.

그랬더니 또 같이 멈춰 서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뛰기 시작했어요 - -;;
그렇게 한 숨돌리려는데
뒤에서 그 남자가 저를 툭툭 치더군요.

"저기요" 하면서.
그래서 제가 뒤를 돌아보며 "왜 그러세요?" 했더니
그저 웃는 거에요
그 때 자세히 본 그 남자의 차림새는 왠지 후질근해 보였고.
얼굴을 봐선 20대 중후반 정도로 추정되는 외모에
웃을 때 앞니에 금이빨이 반짝거리고.
정말 최악의 진상이었습니다.

그 때 전 추측했어요.

1번 ' 도를 믿으 십니까?' 하고 묻지 않을까?
2번 지갑을 잃어버려 집에 갈 차비가 없으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3번 나에게 반했다며 번호를 요구하지 않을까? ㅋㅋㅋ

지금도 친구들에게 말하면 절대 3번은 아닐 꺼라고 하지만

아무튼 저의 짜증섞인 물음에 그 남자는 한참을 말없이 아주 바보같이 웃더니
"저기...." 하는 거에요.
저는 다시 "도대체 왜 그러시냐구요?"
엄청 따져 물었죠. 그러자 그 남자
그 번떡이는 금이빨을 훤히 들어내며
"헤헤 그냥요" 하며 웃더군요.

그래서 전 "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별꼴을 다보겠네" 하고 뒤돌아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그리고 그 후 며칠동안 어떤 꼬질꼬질한 남자가 나를 따라왔었다며 어딘가 모자라 보였다고 여기저기 말한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며칠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무언가 간절한 부탁을 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게 말을 걸기까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매몰차게 거절한 게 아닐까.

나를 보며 해맑게 웃던 그 웃음. 그 사이로 반짝이던 금이빨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서
지금 까지도 내내 마음에 걸리네요.


그 사람.
왜 절 따라왔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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