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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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도 사랑도 예방 주사가 필요하다
김하영
2008.01.14
조회 39
며칠째 감기때문에 고생이다..
새벽부터는 열도 나고 몸도 으실으실한 것이
몸살의 시작인가 보다..

이 감기라는 녀석도 머무르던 곳을 떠나기 싫은지,
마지막에는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는 것 처럼
이곳 저곳 다 헤집어 놓는다.

병원이고 약이고 다 소용없어
감기에는
아플 만큼 아프고,
앓을 만큼 앓아야 낫는거야..

며칠째 병원 다니는 나에게
옆집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

정말 그런가..
한번 걸린 감기는
아무리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소용없나..
아플 만큼 아파야만,
앓을 만큼 앓아야만.. 그래야만 다 지나가는 것인가..

사랑도..
이별도..
아플만큼은, 앓을만큼은..
그 할당된 시간만큼은 견뎌내야만
다 지나가는 것일까..

에휴..
언제부턴가 생긴 버릇 같은거..
마구잡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엔 그 사람의 그리움이 되어 버린다..

또 다시..

주인인 내가 인지하는 것보다
내 몸은 더 많이 아픈가 보다.
약에 취해 잠들었다가
내 거칠고 가쁜 숨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둔한 것인지,
미련한 것인지..
몸에서 보내는 아프다는 신호도,
마음에서 보내는 아프다는 신호도
주인이 이렇게 몰라주니,
이 놈들이 한꺼번에 파업을 해 버렸다.
..
..

내내 누워 있으니 답답해서
창문을 열고 따뜻한 커피한잔 마신다.
차가운 공기에 아직 목이 따끔거리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이 차가운 공기에,
지독한 그리움도 꽁꽁 얼어 붙는듯해서..

동생이 알면 또 잔소리할텐데..
찬바람 쐰다고.. 밥 먹지않고 커피 마신다고..

감기 걸린 사람이 밥도 안 먹고 약 먹으면 어떻게 해? 응?
감기약이 얼마나 독한데..
이렇게 쓰러질 거 몰랐어?
며칠째 밥도 먹지 않구선..
그렇게 약부터 덜컥 먹어버리면 어떻게 해?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 나에게 잔소리 하던 동생..
말은 그렇게 모질게 해도,
결국 내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준다..

오늘 아침에도,
이불 속에서 끙끙거리는 나에게
밥먹고 약 먹자고
걱정이 산같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본다.

밥은 싫고 호빵먹고 싶다 했더니,
찬바람 가르고 팥 호빵에 야채 호빵까지 사왔다.
안그럼 또 빈 속에 약만 덜컥 먹을 나를 너무 잘 아니까..
누가 동생이고. 누가 언니인지..

이렇게 투정부릴 사람이 있어 더욱 심술부린다.
혼자 있음 잘 할텐데..
이렇게 투정 받아 줄 사람이 있고,
아프면 같이 아파 해 줄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봐 줄 사람이 있으니 더 투정 부린다..
그런 내 심술을 나도 잘 안다..
그리고
그 사람 떠난 뒤 내 심술이 더 심해 진 것도 잘 안다..
아파도 더이상 달려와 줄 사람 없는 것 잘 아는데..
그걸 알기에 더 동생에게 투정부리는 내 자신을 잘 안다.

..
..

한번 걸린 감기,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걸리지 않게
다음 겨울에는 독감 예방 주사라도 맞아야 겠다.

사랑은.. 이별은..
..
지독한 예방 주사를 맞아 두었으니
한동안은 걸리지 않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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