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라디오 사랑은 유별났습니다.
크기도 그렇지만 너무 오래되고 낡아
주파수도 잘 잡히지 않는 구닥다리 금성 라디오를
하루가 멀다하고 닦고, 쓰다듬고...
딸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고
보물 다루듯해서 한때는 엄마 몰래 부수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다 LP가 등장했을 때, 더이상 새로운 소리재생장치는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완벽했기 때문이지만
원하는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주는 매력-
그렇지만 그도 불과 30년만에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잡음 하나 없는 씨디가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궁극의 소리라 칭송받는 씨디의 운명은
비참하게도 엘피보다 짧앗고 지금은 시디음반 발매를 중단하니마니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컴퓨터가 각 가정마다 보급되면서 하드드라이브
혹은 다른 어디든 이동이 가능한 저장장치에 다운받아 듣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라디오도 처음엔 텔레비전으로 인해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지요.
화려하게 나타난 텔레비전은 흑백에서 컬러로,
또 고선명에서 디지털 hdd까지..
하루가 다르게 자기 모습을 바꾸어나가고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겠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여전히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 무섭게 주파수를 이리 저리 맞추고
혹은 이미 고정된 채널(저와 엄마처럼요)을 전기코드만 꽂아
듣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라디오는 텔레비전과 달리
귀만 열어두면 무엇이든, 어떤 행동이든 가능하다는
매력과 장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십이 채 못되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엄마에게 마지막 생일 선물로 주신 라디오는
엄마의 유일한 벗이자, 위로이며, 남편이기도 합니다.
무얼해도 잔소리 한번 한 적 없으며
무엇을 하건 상관없이 늘 좋은 음악만, 들을 수 있다면서
어쩌면 남편보다 낫다고도 하십니다.
그 소리를 예전엔 그냥 웃어넘겼는데
어찌보면 나이를 먹은 엄마가 바깥으로 돌거나 다른 생각을
갖지 않은 것은 라디오가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라디오에서 나는 소리가
익숙합니다. 어쩌면 길들여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라디오는 그런 묘한 매력과 힘이 있습니다.
중독성이라고까지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익숙하면서도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하루 종일, 한달 내내 일년 내내 들어도 전기세 걱정없고,
음반이나 시디를 사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니..
시간적, 경제적인 면이 쏠쏠하다면 억지일까요?
엄마는 오늘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저녁을 하실 겁니다.
부엌을 오가며 콧노래 부르며 종종거리는 엄마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겠지요.아버지 대신...
저도, 엄마 나이쯤 되면 엄마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지난 시절을 추억하며 곱게 주름 늘어갈테지요?
그때까지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셨음, 제 곁에 계셔주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임재범 - 라디오를 크게 켜고
크라잉넛 - 고물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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