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다시 아버질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어요.
늘 뒷모습만 보이던 아버지..
어린 날, 그토록 멋지고 키가 크던 아버지에게
엄마가 아닌 다른 아줌마가 아버지 곁에 있음을 알게 된
아홉살- 그 슬픈 나이의 그날 오후를 전 아직도
환하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모로부터 엄마가 아빠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어른이 되기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
외할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부잣집 민며느리로 들어와
살게 된 엄마의 일생을 들으며 믿을 수 없어 눈물을 삼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情人을 두고 엄마를 멀리했던 아버지-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툭하면 눈물바람을 안겨주던 할머니-
늘 부엌 한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눈물밥을 삼키던 엄마의
웅크린 뒷모습, 그 작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은 이불속에서 울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
가만히 귀를 열면 엄마의 흐느낌이 이불깃을 서걱이며
메마른 제 가슴까지 적셔오곤 했습니다.
이제 저도 엄마 나이-
그때의 엄마가 겪은 설움을 달래줄 나이가 되었는데
엄마는 이미 먼곳에 가 계십니다.
그리고 마음 지독히 먹고 엄마 기일에만 찾아뵈었었는데
이제 아버진 늙고 초라한 할아버지가 되어 잔기침으로
두 딸을 반겨주십니다.
그리고 노환으로 인해 며칠 전 입원했다며 -보고싶어한다는
전갈을 배다른 동생으로부터 전해들었습니다.
묻지도 않은 말이 아니냐고? 내가 갈 것같으냐고?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지만 핏줄이라는 것이...
혈연이라는 것, 아버지와 딸 사이-
이렇게 멀고도 먼 줄로만 알았던 사이가
병원 침대 위에 누워 한없이 작아진 모습의 할아버지로 누워계신
모습을 뵈니 울컥- 저분이 내 아버지였던가..
폐암 말기로 얼마 사시지 못한다는 말에 더없이 흔들리는
내 자신을 봅니다.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낯설었습니다.
갑자기 울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끝내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는 내 등을 두들겨주며 남편이 말합니다.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아버지 아니냐고-
여든이 다된 추레한 아버지의 생은 이제 길어야 3개월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참으로 마음 시리고 아픈-
한없이 춥고 가슴이 아픈- 밤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딘가에 내 아픈 마음 쏟아놓으니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 윤희님은 아시나요?
힘을 주세요- 윤희님. 제게-
신청곡 김동률 / 이제서야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병실에서-
류혜주
2008.01.16
조회 18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