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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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설은 설레임이다.
김태욱
2008.02.05
조회 58

겨울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즈음이면, 어릴 적 코 흘리게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님과 함께 했던 그 때의 가슴 시리던 옛 추억들이 간절히 되살아나곤 한다. 더군다나 명절을 앞두고 세상이 바쁘게 돌아갈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우리 형제는 시골의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 언제나 인자하신 할머니와 엄하시지만 손자 사랑은 하늘만큼 컸던 할아버지. 조금은 부족하고 아쉬운 시절이었지만 정을 듬뿍 주시는 두 분이 계셔서 철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 정말 아쉬웠던 것은 부모님이 곁에 가까이 계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해에 큰 행사를 빼 놓고는 거의 오시지 못했던 부모님을 매일같이 그리워하며 잠들곤 했었다. 특히 운동회나 소풍 때에는 그 그리움이 더욱 사무쳤고, 다른 아이들의 가족을 보며 부러워하며 눈물 글썽였던 쓸쓸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명절이 가까워지면 우리는 부모님이 언제 오시는지 할머니를 귀찮게 해 드렸었다. 세 밤만, 이틀 밤 만......그렇게 기다리라고만 하셨다. 어느덧 하룻밤만 남으면 부모님 볼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잠을 이루지 못하며 그렇게 다음날을 기다렸다. 이제 명절의 하루 전. 그 날 동생과 나는 아침을 먹자마자 마을 앞 버스 정류장에 나가 부모님이 언제 오시는 지 한없이 기다렸었다.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특히 추운 날인데도 그저 부모님을 본다는 설레임에 추운지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렸었다. 버스가 시간에 맞추어 한대씩 지나가고 어느 덧 우리들의 인내심이 드러날 때 쯤. 멀리서 오는 버스에 기대를 걸며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버스 안에 몇몇 사람들이 일어나고 희미하게 부모님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우리는 우악~ 소리를 지르며 정차한 버스 문 앞으로 달려갔다. 버스 문이 열리면 어머니와 한 아름 선물을 든 아버지께서 내리셨다. 우리들은 팔짝팔짝 뛰며 어머니의 팔에 아버지의 다리에 매달려서 신발이 벗어지는 것도 모르고 좋아하였다.
집에서 풀어헤친 부모님의 커다란 선물 보따리에서는 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시절 우리들 세상에서 가장 유행하던 완구, 잡지, 가방, 새 옷, 학용품들, 운동화. 시골에서는 구경도 못해 본 것들이다. 신나는 마음에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뛰어다녔던 그 때. 그 설레임과 즐거움은 설날이 아니면 맛보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아버지와 밤새도록 꼭 끌어안고 잤으며, 만들어주신 연을 들에 나가 같이 날렸고, 어머니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더 먹고 싶어 졸졸 따라다녔던 옛날의 설날. 단 며칠이 가는 것이 두려워 절대 부모님 곁을 떠나지 못했던 우리 형제들은 이제 부모님이 서울로 가신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 마지막 날을 울고 보챘었다. 버스 정류장에 나와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우리들에게 천원을 쥐어 주시고 열 밤만 자면 또 온다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시며 버스에 올라타셨을 때. 멀리 사라지는 버스가 눈물로 앞을 가려 희미해질 때까지 그렇게 울며 서 있었다. 떠나는 부모님이 왜 그리 원망스러운지.
지금은 부모님과 아주 가까운 곳에 생활하고 있다. 인터폰으로 연락하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옛날의 그때와 같이 부모님을 기다리는 절실한 설레임은 이제는 좀처럼 가질 수 없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설날과 같은 명절이 되면 어린 시절의 그 설레임이 사뭇 떠올라 혼자 빙그레 웃음지고는 한다.
이제 얼마 안남은 설날. 사람들은 부모님 또는 자식을 기다리는, 고향을 찾아 가는 떨리는 설레임을 안고 설날을 맞이할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 설레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풍요롭고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나도 이번 설은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떨리는 설레임으로 설을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신청곡 : 이한철의 "슈퍼스타"
고향으로 가는 모든 분들 모두 슈퍼스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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