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이리 더운데 저는 지금 감기몸살 중입니다.
목도리에, 무릎담요까지 덮고 있어요.
(제 모습 상상만해도 더우시죠? ^ ^)
저 좀 소심한거 있거든요.
며칠 전부터, 신경 쓰던 일을 지나 보내고 나니,
긴장이 좀 풀렸나 봅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의 공연을 자주 보러갔었어요.
때로는 큰 무대에서, 때로는 시골의 작은 무대에서,
건반 위, 아름답게 움직이는 그의 길고 가는 손가락과
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멜로디에
숨이 멎을 것 같던 순간도 많았어요.
그렇게 느낀 사람은 저만은 아니었겠지요.
공연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그를 보면서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자랑스러운 사람이 내 남자라는 것에 너무 행복했구요.
제가 객석 어디에 앉아 있어도,
그에게 나는 특별한 존재이고, 나에게도 그가 특별한 존재이니..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서로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공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런거요..
그런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너무 많아서인가 봅니다.
행복했던 기억이 너무 많아서..
그가 그렇게 떠나고 난 후,
그를 그렇게 보내고 난 후,
전, 한동안 음악을 듣지 못했어요.
그 어떤 공연도 보지 못했구요.
공연장에서의 연주자를 보면,
자꾸 자꾸 그가 생각났고,
바보같이 몰래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이 그리워서 마음이 아픈건지
그때 그 행복했던 시간이 그리워서 힘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젠 시간도 좀 지났고,
눈물도 흘리지 않고,
답답함에, 가슴 쓸어 내리는 횟수도 줄어 들었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수 있는 편안함도 생겼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지난 주말엔 작은 음악회를 다녀왔습니다.
그 공연은 뭐하나 흠 잡을 것 없는 최고의 공연이었어요.
그런데도,
제 마음 한구석에 조금씩 올라오는 슬픔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공연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그 연주자를 보며,
저는 서둘러 발길을 돌렸습니다.
시원한 저녁 공기를 가르는 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 우산 속에서,
..깨달았어요.
아직은 아니구나.. 하고..
아직은 시간이 좀더 필요하구나.. 하고..
그리고 그날 밤부터 저는 이렇게 감기몸살로 고생입니다.
예전에는 작은 그의 흔적에도 행복했고
그와 함께하는 공기도 참 따듯하기만 했는데..
부자연스럽게 끊어진 그 흔적과 기억들이
이제는 제 온몸을 아프게 하네요..
언제가는 좋은 음악, 좋은 공연
다른 무엇에도 방해 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어차피 시간이 걸려야 하는 것들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에는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저는
조급해 하지 않고 기다리렵니다.
마음이
'이제는 되었다’라고 신호를 보낼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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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김하영
2008.07.03
조회 5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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