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인정하게 돌아서서
영영 안 볼 것처럼 하더니
어느 날 슬그머니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온몸 가득
나이만 짊어지고 돌아 나와
핑계 삼아 변명 삼아
우악해진 말투로
여전하다 말한다
어느 봄날
꽃 진 자리 선연한 상처에
가슴을 베이고 통곡하던 날을
기억한다
세상 가득 눈물로 채우고
절망했던 그 봄을 생각한다
무디어진 심장은
점점점 감각을 잃어
오고 가는 발걸음에도
심드렁해졌다
설령 다시 온다 해도
찬란히 빛나던 그녀가 아니고
와도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임을 안다
제멋대로 오고 갈 것을 안다
새삼
유난 떨며 마중하지 않는 것에도
눈물바람으로 배웅하지 않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 없이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마음 길 어느 즈음에 슬쩍 문도 열어둔다
봄! 다시 봄!
신은숙 시인의 <다시 봄>
기다릴 땐 기별도 없더니
어느 날 불쑥 찾아와 마음을 휘젓는 봄.
꽃바람 일으키며 마음을 달뜨게 해놓고선
다시 어느 날 꽃비를 뿌리며 홀연히 떠날 테지요.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미워지지가 않습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사랑스런 봄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