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1 (목) 대물림
저녁스케치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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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이는 인기척 소리에
밤새 자란 수염으로 양 볼을 부벼대다
새벽 속으로 사라지던 남자는

배우지 못한 가난을 대물림 받은 탓에
살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져도
세상 누구보다도 부지런해야 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남자의 조바심도 커져가고 있었음을
상처들이 대신 말해주고 있듯

당신 아들에게만큼은
대물림해주기 싫었던 가난이기에
그 부지런함이 몸부림 같았다

뉘라도 깰까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남자는 그렇게
오늘도 새벽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정승용 시인의 <대물림>

평생 일밖에 모르던 무뚝뚝한 아버지
모든 일에 잔소리를 덧붙이던 어머니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저
물음표밖에 남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젠 압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의 삶을
대물림하는 게 싫어 최선을 다했다는 걸.

수많은 물음표가 느낌표가 된 지금,
그래서 우린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 거겠지요.

무언가 대물림해 주어야 한다면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