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9 (금) 우체국 이야기
저녁스케치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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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체국에 가서
원고를 부치는 노고도 필요 없어졌지만
전화나 팩스 같은 문명의 이기로
대개는 볼일을 보고 말지만
그래도 나는 가끔 옛날처럼
편지나 시를 쓰면
그것들을 들고 골목을 지나 큰길을 건너
나들이 가듯이 우체국에 간다
우체국 아가씨도 옛날처럼 상냥한 소녀는 아니어서
낯선 얼굴의 무표정한 눈총이 서먹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숨결이 그리워서
필요도 없는 말을 몇 마디 주고받으며
풀칠을 하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다
냇물 속에 떨어지는 잔돌 같은 작은 음향
그 소리 들으면서 나는 알 수 없는 감동에 가슴 젖는다
날마다 무언가 변하여 가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남아 있다는
그 작은 감동이 나를 위로한다
오늘도 한 통의 편지를 들고
차들이 질주하는 큰길을 건너서
옛날의 내 어머니 새 옷 갈아입고 나들이 가듯이
우체국에 간다
아, 거기 기다리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의
따스한 숨결
홍윤숙 시인의 <우체국 이야기>
편지를 보내고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기다림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던 빨간 우체통.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요.
여름이 가기 전에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그리운 이에게 가을과 함께
따스한 마음이 도착할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