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0 (목) 여름 골목에 핀 어머니의 문장
저녁스케치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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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름 골목마다
어머니는 접시꽃으로 피셨을까요
아침마다 곧은줄기 위에
조용히 문장을 올리셨지요

햇살은 당신의 눈빛을 닮아
잎사귀에 금빛을 뿌리고
바람조차 목례하듯
그 곧음을 스쳤습니다

웃음 뒤에 숨겨둔 통찰력은
잎맥처럼 촘촘했고
허리 한 번 접지 않는 삶이
단단한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야 배웁니다

밤이면 별빛도 따라와
꽃잎 끝에 숨결을 얹고
그 문장은
내 마음 창가에 등불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당신처럼
한 송이 곧은 문장이 되어
여름 골목마다 마음을 피웁니다

이경란 시인의 <여름 골목에 핀 어머니의 문장>

여름이면 어김없이 골목과 마당 어귀에
기다란 꽃대를 올리고 널따란 꽃잎을 펼치던 접시꽃.

어릴 때 접시꽃을 보면
언제나 마당으로 나와 반겨주던
다정하고 환한 엄마의 미소가 떠올랐지요.
그러나 지금은 접시꽃에서 엄마의 마음을 봅니다.

곧은 꽃대를 보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접시꽃처럼 넓은 마음으로 모든 걸 품으려 애썼을,
곱디고운 엄마의 마음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