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빛 이면에 숨어 있는
그림자 하나쯤은 가슴에 조용히 품고 살아갑니다.
말없이 머금은 웃음 너머,
말끝마다 피어나지 못한
아픔이 조용히, 꽃처럼 맺혀 있고요.
기억은 바람결에 흩날리다
밤이면 어김없이 돌아와
마음의 벽 한 켠에
잊힌 듯 스며듭니다.
그 사람의 흔적은
지우려 할수록 더 또렷해지고,
그날의 장면은
눈 감을수록 선명해지곤 하지요.
“그때 나는 왜 그토록 서툴렀을까...”
조용한 탄식이 하늘로 흩어지고,
무거운 고개는 천천히
내 안의 슬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땐 알지 못했지요.
상처란 시간이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살결에 스며들어
말없이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상처는 지우는 것이 아니라
다정히 끌어안고
천천히 길들여 가는 것이라는 걸.
박성환 시인의 <그림자 하나>
상처라는 게 떼어낸다고 떨어지나요.
슬픔이란 게 지운다고 지워지나요.
그러니 괜찮다, 괜찮다, 어르고 달래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해요.
아픔들을 지우고픈 얼룩이 아닌
아름다운 인생의 옹이라고,
분신처럼 꼭 붙어 다니는
그림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