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씁쓸하니?
사는 일 허하니 속도 허하다
그래, 머위가 지천이다 몸 일으켜
밤나무 언덕에 올라 머위를 뜯는다
한걸음 오르려다 두 걸음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머위를 뜯는다
두어줌 남짓 뜯어온 머위,
물 보글보글 끓여 데친다 훅훅
올라오는 쌉싸래한 머위 냄새,
찬물에 씻어 둥글둥글 뭉친다
된장 한 숟갈 풀어 조물조물
머위를 무친다 외롭다는 말이나
허망타는 푸념 따위도 조물조물
버무려 한입 먹어본다 간이 맞나?
짜지는 않고 짭쪼름하게 간을 잡아
버무린 머위를 두고 창을 열어본다
그래 뭐 별거 있간디, 맹숭맹숭
싱겁게 나를 달래기도 하면서
조바심 낼 일도 성화 부릴 일도 없이
사는 게 마땅찮다고 혀를 찰 일도 없이
머위 빛깔 초저녁이 마당으로 든다
박성우 시인의 <머위>
쓰디쓴 일들을 웃음으로 버무려
슴슴한 일상으로 만드는 일.
바람 잘 날 없는 하루하루를
다듬고 닦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일.
산다는 건 그렇듯,
끊임없이 괜찮다며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는 일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