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7 (화) 바람이 부는 이유
저녁스케치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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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과
살아온 날의 길이를 재어 보는 무의식이
점점 많아졌음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란 가슴에 설렁한 바람이 분다

바람이여

아지랑이와 함께 간 유년의 들판에
단지 꽃향기로 머문 미풍은 어디로 갔나
저녁 무렵 뒷동산에 올라
민들레 씨앗과 함께 흐드러지게
날려 보낸 내 깃발이 날개 짖던 몸짓은
어디에서 찾나

왔으면서도 오지 못한 그날이
오지 못하면서도 이미 곁에 와 앉은 내일이
자꾸만 제 말만 듣기를 재촉하는
이 저녁

바람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무게조차 싣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내 서른 무렵 머리칼만
붙들고 어지럽히는데

바람 따라 휘청이는 것은
다만 살아온 날의 무게가 얕아서만이 아니라
언제고 부둥켜안고 가야 할
내일의 두려움을 날려 버리려

그렇게
바람은
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수동 시인의 <바람이 부는 이유>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디에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묻는 우리에게 바람은 말합니다.

"긴 한숨에 깊은 시름을 내보내렴.
너의 아픔은 모두 내가 가져갈게.
그리고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시작하면 돼.
내가 부는 이유는 그래서란다.
네게 새 희망을 데려다주기 위해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