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4 (토) 송홧가루
저녁스케치
2025.05.24
조회 166


봄바람이
송화를 감싸안고 돌고 돌아
산을 흔들어 날린다

어딘들 어떠랴
가시밭이든
돌밭이든
높고 낮은 곳 어디에나
공기처럼 스며들어 앉아 있다

나무에 매달려
송화 따먹던 내 유년에 친구들
달달한 솔향으로 노란 꿈 꾸며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은
그 시절 가정에 귀한 먹거리였다

길지 않은 날
세상을 노랗게 물들여 놓고
말없이 떠나는 송홧가루

내 삶에 너처럼
세상에 물들인 날이 있었던가

복기순 시인의 <송홧가루>

송홧가루는 한철, 그것도 잠시 날릴 뿐인데
소리 없이 사뿐히 내려앉아 노란 세상을 만듭니다.

돌아서면 어느샌가 날아와 소복이 쌓이는
송홧가루를 쓸어내며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해요.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스며든 적이 있었던가,

잊을만하면 찾아와 마음을 뒤흔들 만큼
짙은 여운을 남긴 사람이었던가 하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