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6 (금)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저녁스케치
2019.08.16
조회 530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동안 당신은
태산처럼 커졌지만
다행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수평선에서 차오르던 노을이 횟집 간판을 물들인다
다행이다
당신을 떠올려도 나는 이제 목이 메이지 않는다
우주의 저편에서부터
기적처럼 저녁이 당도했고 그 봄날
나비처럼 사뿐히 당신은 사라졌다

사실, 이별은 아주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이지만

오래 전부터 꽃들에게 이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다만 암묵적인 규칙이 있을 뿐이었다
어떤 경이로움이 엄습해 올 때 이를테면, 천둥과 우래 운무 같은 것까지
그들은 그것들을 꽃의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바닷가 언덕을 하루 종일 걸었다

세월은 충분히 깊어졌다, 무릎이 다 젖을 때까지

송종규 시인의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사랑이 일반 택배라면
이별은 해외배송 같은 것일까요?

사랑이 도착하고 나면
저기 먼 곳에서는 이별이 배송되고 있습니다.

대문 앞에 툭!
보통의 택배처럼 도착하지만
상자 안에 담긴 이별을 확인하는 순간
대부분은 놀라 울음을 쏟게 되겠죠.

왜, 무엇 때문에 보낸 것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가 없는 이별택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