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3 (화) 나는 술래
저녁스케치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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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둘레 눈 닿는 곳
기껏해야 장독대 옆에 오그리거나
볏단 뒤에 앉곤 했다
쉽게 꼬리를 보이는 건 예의가 아니어서
너무 꼭꼭 숨는 건 깊은 외로움이어서

덥석 술래에게 꼬리를 잡힐 때
나는 웅크린 몸을 일으켜
아 깜짝이야, 입술을 펼치리라
멀리 두지 않은 마음 들키리라

숨바꼭질은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는
눈 가리고 아웅,
술래가 먼저 제집으로 가버리고
나는 홀로 작아진 몸 일으켜 돌아서면서
꼬리를 만져보곤 했다

숨긴 마음 내보이고 싶었으나
그날부터 내 꼬리는 돌돌 말리고
스스로 나를 찾는 술래로 산다
가위바위보도 필요 없이
어둠 속 나를 슬그머니 더듬는
내가 술래다

이세영 시인의 <나는 술래>


사랑은 숨바꼭질인가 봅니다.
가끔은 숨긴 마음이 훤히 보여도
모른 척 해줘야 때도 있구요.
너무 마음을 꽁꽁 숨겨버리면
찾는 사람도 힘들고
숨은 사람도 재미가 없어지구요.
사랑에도 숨기와 찾기 사이의 적당한 간극이 필요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