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 한 컵 받는다
문득
목말라 죽어가는 목숨들 까맣게 잊고
한량없이 마셔온 물,
오늘따라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도 염치가 없다
내 누굴 위해, 손톱만큼이라도
눈물 같은 눈물 흘려
사랑 한 번 옳게 베푼 적 있는지
숙연히 찬물 한 컵 또 받는다
서상만 시인의 <물 한 컵 앞에서>
수도꼭지는 오늘도 아래를 보고 있습니다.
90도 꺾인 허리는 항상 정중하고 공손합니다.
이렇게 늘 마음 써주는 줄도 모르고
매일 한량없이 물을 받기만 했네요.
곁에 있어서 소중한지 모르는 것들에
수도꼭지도 한 줄 추가해야 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