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다녀오시나
두 분 할머니
껍질 벗긴 삶은 계란마냥
하얗고 말간 얼굴로
서로 얘기 나누시며 걷는다
동생, 이제 집에 가면 뭐할랑가?
뭐하긴요 시장에나 갈라요
장에는 뭐 하러 갈라고 그란가?
영감 팔러 갈라 그라요
엥, 얼마에 팔라고 그란디?
오천만 원만 주면 팔라고 그라요
오메야, 팔릴랑가 모르겄네
그란디 그 돈 받으면 어디따 쓸라고?
천만 원짜리 영감 있음 바꿀라고 그라요
목욕 바구니 나란히 든 두 분
구부러진 등 위로 햇살이
깔깔깔 빛난다
김영진 시인의 <할머니 듀오>
고운 할머니 얼굴과
구수한 입담이 생생합니다.
생활밀착형 농담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저나, 할머니
오천만원 벌어 천만 원짜리 영감 사면
나머지 사 천은 어디에 쓰실 건가요?
할머니 옆에 딱 붙어 딸처럼 물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