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빨래는 방안으로 던지고
덜 마른 빨래들을 처마 아래 건다
나뭇잎이 쩡쩡 소리내며 물든다
전기 검침원의 오토바이 소리 오솔길을 미끄러져 내려가고
나는 바지춤이 풀린 줄도 모르고 그를 배웅했다
담장 밖에 아무렇게나 몸 버린 구절초는
구절초 빈 몸의 옥수숫대 끝에서 새가 울어
건너 산이 건너온다
이해가 가지 않던 일들 몇 내놓기 좋다
덜 마른 빨래를 한번 더 손에 쥐어본다
장석남 시인의 <처서>
이 여름이 언제 가나 했는데
벌써 가을이 드는 처서입니다.
여름 내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 생각들이 있다면
좋은 볕과 살랑이는 바람 앞에 내놓아봅니다.
말간 얼굴로 내 걸린 빨래들 옆에
근심과 걱정도 널어보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