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말보다 귀엽다는 말이 좋아
귀여운 건 작은 꽃송이 같은 것
눈웃음처럼 사르르 마음을 녹이지
봉숭아꽃 물들이듯 마음을 물들이고 말지
딸기 다라이 깔고 앉은 저 할머니
떨이라 해놓고 손님이 가고 나면
또 꺼내놓는 할머니, 거짓말이 너무 귀여워
어제도 정구지 첫물이라 해놓고
오늘도 정구지 첫물이라 하네
아이구 새댁아! 겨울 지난 정구지 첫물은
사위도 안 주는 법이라 안카나
입에 녹음기라도 달아 놓았나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
입술에 침 발라 가면서 하는 거짓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는 거짓말
속는 줄 알면서도 사고
속아도 밉지가 않아
어제 팔다 남은 것 밑에 깔고
싱싱한 것 위에 얹는 것도
괘씸하지가 않아 안 사고
뒤적거리다 가면 뒤통수에 대고
한바탕 들이붓는 욕도 시원하기만 해
늙어도 욕맛은 싱싱하기만 해서
여름날 소나기처럼 시원하기만 해
정선희 시인의 <욕맛>
아줌마에게 새댁!이라고 부르는
시장 할머니의 거짓말이 마냥 밉지는 않습니다.
속인다고 하기에는 속이 너무 훤히 보여서요.
하나라도 더 팔고 싶은 간절함을 알 거 같아서요.
어르신에게 감히 '귀엽다'는 수식어를 붙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