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가 해산달을 조율하며 몸통을 부풀리는 소리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물고 오솔길로 숨어 걷는 소리
코스모스 꽃들이 바람의 사다리 위에서 오색 무지개를 띄우는 소리
밤이 가시동굴을 등에 지고 거꾸로 날아오르는 소리
녹두밭에 녹두 알갱이가 톡톡 튀며 광명을 부르짖는 소리
감나무가 노을보다 붉게 허공을 물들이는 소리
촛대 위에 앉은 수탉처럼 수수의 벼슬이 붉어지는 소리
가을 붓이 황금빛을 덧칠할수록 들판이 머리 숙이는 소리
나뭇잎들이 갈바람의 초대장을 받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소리
밭두렁에서 늙은 호박이 스스로 제 무덤을 단장하는 소리
억새꽃이 하얀 새털구름이 될 때까지 허공을 쓸고 닦는 소리
김찬옥 시인의 < G선상의 아리아 >
가을이 익어가는 모습이
느릿하면서도 편안한
G선상의 아리아를 닮은 듯도 하네요.
산에서 내려와 들로 번지는 가을의 화음을
마음껏 즐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