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데로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창밖에 따스한 불빛이 그리운 날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한 잎 낙엽으로 썩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
정호승 시인의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밝은 빛 뒤에 그늘을 볼 줄 아는 사람,
화려한 빌딩 뒤에 낡아가는 집들을 볼 줄 아는 사람,
작은 것과 눈 맞추기 위해 제 몸을 굽힐 줄 아는 사람,
이제는 그런 사람을 사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