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사는 일이 다
별것도 아닌데
그렇게 추운 때가 있다.
신발의 흙을 떤다던가
발을 한번 굴러 본다던가
하는 일이 다 헛일만 같아지고
내가 하얀 백지로 사위어
몇 번인지 왔을 언덕을 또 떠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두고 온 이승처럼 돌아보는 때가 있다.
살아서도 죽은 것만 같은
그런 때가 있다.
그렇게 사무치도록
외진 혼자일 때가 있다.
김추인 시인의 <삶의 가운데>
가을에는 잘 지내다가도
문득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세월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생각,
사는 게 참 별 것 아니라는 씁쓸함이 가슴을 후비죠.
걸음을 멈추고
나와 세월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절,
가을은 그런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